칼럼

[잠깐묵상] “변질은 늘 조용히 시작됩니다”…나의 영적 현주소는?

무한한 경쟁, 식지 않는 탐욕, 서로를 태우는 분노의 불길이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 불길을 멈추기 위해, 전혀 다른 성질의 불을 준비하셨습니다. 맞불입니다. 이것은 사람의 열심이 만든 불이 아닙니다. 사람의 열정이 식어버린 그 자리에 하나님께서 홀로 남아 애를 태워 빛을 내는 불입니다.(본문에서)

사무엘상 3장

“하나님의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아니하였으며 사무엘은 하나님의 궤 있는 여호와의 전 안에 누웠더니”(삼상 3:3)

성소 안 등불은 꺼질 듯 말 듯 위태로웠습니다. 단지 물리적 조명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등불을 관리해야 할 홉니와 비느하스는 자리를 떠난 지 오래입니다. 아들들이 내팽개친 일을 늙은 아버지가 마지막 남은 책임감으로 붙잡고 있었지만, 엘리의 눈은 어두웠고 몸은 비대했습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영적 현주소입니다.

그들은 한때, 불기둥 아래를 걸었습니다. 비록 광야였지만 하나님이 친히 인도하셨고, 그 임재는 불기둥처럼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들에게 남은 것은, 공기의 미세한 흔들림에도 위태롭게 흔들리는 성막 안 작은 등불 하나뿐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변질은 늘 조용히 시작됩니다. 작은 타협들이 누적되며 하나님에 대한 감각은 무뎌집니다. 그러나 외형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사이, 몰락은 이미 코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뒤늦게 변질을 알아차리지만 이미 병세가 깊어진 이후입니다.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다가 몸에 이상을 느꼈을 땐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엘리 제사장은 이를 알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몰락을 받아들입니다(삼상 3:18).

그러나 놀랍게도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의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으며” 제사장들이 직무를 버리고, 백성들이 말씀을 잊어버렸지만 하나님이 홀로 그들 곁에 작은 불빛 하나로 자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아직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등불 곁에 누워 있던 작고 연약한 아이를 부르십니다.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하여 이상이 흔히 보이지 않았던 그때, 사무엘은 자신에게 친히 다가오시는 하나님을 만납니다. 그리고 성막 안의 작은 불이 사무엘 내면으로 옮겨붙습니다.

온 세상은 지금 다른 불에 휩싸여 있습니다. 무한한 경쟁, 식지 않는 탐욕, 서로를 태우는 분노의 불길이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 불길을 멈추기 위해, 전혀 다른 성질의 불을 준비하셨습니다. 맞불입니다. 이것은 사람의 열심이 만든 불이 아닙니다. 사람의 열정이 식어버린 그 자리에 하나님께서 홀로 남아 애를 태워 빛을 내는 불입니다.

“하나님의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아니하였으며 사무엘은 하나님의 궤 있는 여호와의 전 안에 누웠더니”(삼상 3:3)

오늘, 우리는 어떤 불 곁에 누울 자리를 마련했는지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잠깐묵상 오디오듣기⬇)
https://youtu.be/amzpIIlZ1b0?si=1fECerdcX-Bjuj_b

석문섭

베이직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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