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40년 광야 여정, 어느새 하나님께서 그들의 중심에

민수기 33장
“모세가 여호와의 명령대로 그 노정을 따라 그들이 행진한 것을 기록하였으니 그들이 행진한 대로의 노정은 이러하니라”(민 33:2)
혹시 살면서 이사를 몇 번 해보셨나요? 한 번이라도 이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입니다. 짐을 싸고, 짐을 풀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부담입니다. 그런데 만약, 한 번이 아니라 서른 번, 마흔 번 넘게 이사를 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40년 동안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돌았습니다. 민수기 33장을 보면, 그들이 이동했던 모든 지점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42번을 옮겨 다녔습니다. 한 곳에서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또다시 짐을 싸야 하는 삶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포장이사의 달인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다 한 번씩 떼는 주민등록등본에는 그동안 거쳐 온 동네와 주소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소 하나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그곳에서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처음 독립했던 설렘, 떠나는 시원함과 섭섭함, 혹은 그 시절의 고민과 기쁨들까지. 모압 평지에서 지난 40년을 돌아보던 모세의 마음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홍해를 건넜던 그 감격스러운 순간부터, 가데스에서 불순종했던 아픈 기억, 처음 만나를 보았을 때의 경이로움, 그리고 고기를 먹고 싶다며 불평했던 순간까지. 그 모든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을 것입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나고 보니 정말 다 지나갔습니다. 힘들었던 시간도, 눈물 흘리던 순간도 결국 지나갔습니다.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의 의미들이 있었습니다. 걸핏하면 원망하고, 여차하면 애굽 타령하느라 언제나 제자리걸음인 것 같았는데, 한 걸음 한 걸음 하나님과 동행하다 보니 어느덧 가나안 땅이 눈앞에 보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하나님께 등을 돌린 날, 다음 날에도 하나님은 만나를 끊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아무리 분노하셔도 구름 기둥과 불기둥을 거두지 않으셨습니다. 이스라엘은 원망과 불평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하나님은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 다 주의 크신 은혜였습니다.
하루를 돌아보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도토리 키를 재는 듯하지만, 일 년을 돌아보고 십 년을 돌아보면 부인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느껴집니다. 삶의 여정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할 수 있는 것만큼 큰 복이 있을까요?
40년 광야 여정, 어디서도 자리 한 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지만, 어느새 하나님께서 그들의 중심에 자리를 잡아가고 계셨습니다.
잠깐묵상 오디오듣기
https://youtu.be/SCrNRe7FbE8?si=XxhIQwHVSJ4j5b4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