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길에 선 나무들이 일제히 한 겹씩 옷을 벗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또다시 풀뿌리를 캐며 씹으며 눈물을 훔쳐내야 하는가 퍼뜩 정신이 들어 참으로 오랜만에 쓸쓸한 세상 한가운데에 내가 서있다 둑길에 선 나무들이 저물 무렵 겨울비에 사뭇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