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무언가에 자꾸만 집착할 때, 삶이 허무하고 불안하여 죽고 싶을 때, 한번 빈 잔을 보는 것이다. 가슴이 뛸 때까지 보는 것이다. 그러면 비우는 잔마다 채워질 것이다. 우리에게 빈 잔 뿐 아니라 빈 칸도 있다. 누구에게나 ‘다음 칸’은 있는 법이다.
지하철에 가방을 든 아저씨가 승차하더니 승객들을 향해 우렁차게 말하기 시작했다.
“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이렇게 여러분 앞에 나선 이유는 좋은 물건 하나 소개해 드리기 위해섭니다. 잘 보세요. 플라스틱 머리에 솔이 달려 있습니다. 이게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칫솔 입니다.
이걸 뭐 할라고 가지고 나왔을까요? 맞습니다. 팔려고 나왔습니다. 얼마일까요? 천원입니다. 뒷면 돌려 보겠습니다. 영어가 쓰여 있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이게 무슨 뜻일까요? 수출했다는 겁니다. 수출이 잘 됐을까요? 안됐을까요? 망했습니다. 자 그럼, 여러분께 하나씩 돌려보겠습니다.”
아저씨는 칫솔을 사람들에게 돌렸다. 황당해진 사람들은 웃지도 못했다. 칫솔을 다 돌린 아저씨가 말을 이어갔다.
“자, 여러분! 여기서 제가 이 칫솔을 몇 개나 팔 수 있을까요?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저도 궁금합니다.”
잠시 후 그의 말이 이어졌다.
“자 여러분, 칫솔 네개 팔았습니다. 얼마 벌었을까요? 칫솔 4개 팔아서 4천원 벌었습니다. 제가 실망했을까요? 안했을까요? 예, 실! 망! 했습니다. 그럼 제가 여기서 포기할까요? 안할까요? 절대 안 합니다. 바로 다음 칸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저씨는 가방을 들고 유유히 다음 칸으로 건너갔다. 열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웃음으로 거의 뒤집어졌다. 누구에게나 ‘다음 칸’이 있다. 다음 칸이 있는 한 우리에게 절망은 없다. 욕심으로 구하려는데 빈 칸은 없다. 빈 칸이 없는 인생은 괴롭기 마련이다.
나를 괴롭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 괴로운 마음이 타인을 괴롭게 만든다. 내가 괴로우면 나를 바라보는 타인도 괴롭기 마련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마음 또한 결국 내 마음의 빈 칸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은 흔히 밭에 비유된다. 우리는 마음의 밭(心田)에 매일 매일 많은 씨앗을 뿌리면서 살아간다.
어떤 이들은 긍정적인 씨앗을 뿌리면서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어떤 이들은 부정적인 씨앗을 뿌리면서 힘겹게 살아간다. 빈 칸을 만들려면 우선 내 마음을 먼저 다스리고 비우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 욕심 때문에 마음을 비우지 못한다. 욕심이라는 것은 참 비우기도 버리기도 어렵다.
그 욕심이라는 강력한 마음은 결코 손을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만약 우리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황금 컵을 손에 쥐었다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까? 그래서 결코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황금 컵이 불덩어리처럼 뜨겁다면 어떻게 할까? 놓아버리고 만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빈 칸으로 만드는 방법은 바로 놓는 것이다. 욕심을 달성한다고 해서 그 욕심이 채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마음을 버린다고 해서 빈 칸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움켜쥐고 있는 강렬한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지 않는 한 우리에게 빈 칸은 없다.
욕심을 부리는 것은 결국 자신을 괴롭히는 삶과 같다. 뜨거운 황금 잔을 영원히 붙잡고 가겠다는 마음이기에 그 정도가 심해지면 결국 마음은 불덩어리가 되면서 화병이 생긴다. 그럴 때 우울증이라는 아주 못된 손님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