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주식이나 코인으로 돈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듣는다. 수천만 원을 잃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사람에게 “도박을 하셨군요”라고 말하면 아마 대부분 고개를 저을 것이다. “나는 투자했습니다.” 주식은 투자이고, 카지노에서 돈을 거는 것이 도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식을 사면 모두 투자일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 전 ‘도박과 재정 문제의 이해’라는 교육을 받았다. 재무설계 강사는 투자자와 투기자와 도박자를 구분하면서 재미있는 설명을 했다. 투자자는 재무지표와 외부 환경을 살펴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추정한 후 매입하고, 2~3년 정도 보유한다. 투기자는 대외 변수를 보고 가격의 움직임을 예상하여 매입하고 1년 이내에 팔고 나온다. 그리고 도박자는 일단 사고 나서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린다. 처음에는 “오르게 해주세요”라고 생각한다. 주가가 떨어지면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기도한다.
그 말을 듣고 웃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꽤 정확한 구분이었다. 투자자는 계산하고, 투기자는 예측하고, 도박자는 기도한다. 물론 투자와 투기를 보유 기간만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 하루 만에 사고파는 사람도 투자 전략을 가진 투자자일 수 있고, 몇 년을 보유한다고 해서 반드시 투자자인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돈을 어디에 넣었느냐보다 왜 넣었느냐에 있다.
주식도 투자할 수 있고 투기할 수 있다. 코인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레버리지를 이용하거나 선물 거래를 하면 경계는 더욱 흐려진다. 작은 가격 변동에도 큰 손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여전히 “투자”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가치나 자산의 미래보다 짧은 시간의 가격 변동에 자신의 돈을 걸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레버리지나 선물 거래 자체를 모두 도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금융시장에는 그것을 합리적인 위험 관리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상품의 이름이 아니다. 그 돈을 넣기 전에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 나는 이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문득 손자병법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
투자를 한다면 ‘지피’는 기업과 시장을 아는 일일 것이다. 재무 상태를 보고 산업을 살피고 경제 환경을 생각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기’인지도 모른다. 나는 얼마만큼의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가.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는가. 손실을 보았을 때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가.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더 큰돈을 넣고 싶은 사람은 아닌가. 자신을 모른 채 시장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손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이기는 군대는 먼저 이길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싸움을 구하며, 패하는 군대는 먼저 싸움을 시작하고 나서 이길 방법을 찾는다(勝兵先勝而後求戰, 敗兵先戰而後求勝). 투자에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투자자는 돈을 넣은 다음에 승리할 방법을 찾는 사람이 아니다. 돈을 넣기 전에 무엇을 사는지, 왜 사는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당할 것인지, 언제 판단을 바꿀 것인지 생각해 놓는다. 반대로 준비 없이 돈을 넣은 뒤 가격이 떨어지면 문제가 시작된다. “조금만 기다리면 오르겠지.” “본전만 오면 팔아야지.” “여기서 조금 더 사면 평균 단가가 내려가니까 괜찮겠지.” 그러다 손실이 더 커지면 “이번에는 반드시 올라야 하는데…”가 된다.
처음에는 투자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돈을 잃고 있는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돈을 더 넣는 행동으로 변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투자와 도박의 경계가 흐려진다. 도박의 본질은 반드시 카지노에 있는 것이 아니다. 카지노의 테이블 위에 있던 돈이 주식 계좌로 옮겨왔다고 해서 그 돈의 성격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주식이 장기적인 자산 형성을 위한 투자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하루의 등락을 맞히기 위한 투기일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에게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계속 돈을 넣는 도박이 될 수도 있다. 같은 종목, 같은 시장, 같은 가격이라도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 그것이 무엇이 되어 있는지는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투자와 투기와 도박을 이렇게 구분해보고 싶다. 투자자는 가치에 돈을 건다. 투기자는 방향에 돈을 건다. 도박자는 결과에 돈을 건다. 그리고 그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에는 이런 변화가 나타난다. 분석 → 예측 → 기대 → 기도. 처음에는 숫자를 들여다본다. 다음에는 시장의 방향을 예측한다. 그다음에는 자신의 판단이 맞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에는 기도한다. “올라가게 해주세요.”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지피지기는 단순히 전쟁의 기술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무엇을 상대하고 있는지 아는 것만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어쩌면 돈을 잃지 않는 가장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주식 종목을 잘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투자하고 있는지, 투기하고 있는지, 아니면 도박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묻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돈부터 넣지 않는 것. 손자가 말한 것처럼, 먼저 이길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싸울 것. 적을 알고 나를 알고 난 뒤에 싸울 것. 주식시장에서도, 인생에서도 그것이 지피지기의 뜻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