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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 브리핑] 갈륨·AI칩·드론까지…미중 공급망 전쟁, 대만해협과 중국 내부개혁으로 번져

호주·미국·일본 정부와 알코아·소지츠 관계자들이 2026년 8월 24일 서호주 워저럽 알루미나 정련소에서 갈륨 생산시설 착공을 알리고 있다. 연간 100t 생산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반도체와 첨단전자,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갈륨 공급망을 중국 밖에서 구축하려는 3국 협력의 상징이다. <사진=Alcoa>

미중 경쟁의 전선이 다시 넓어지고 있다. 반도체만이 아니다. 갈륨과 희토류 같은 핵심광물, 물류망, 인공지능(AI), 전력망, 드론과 미사일까지 서로 연결되면서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과잉생산과 출혈경쟁을 바로잡겠다는 ‘반내권(反內卷)’ 정책이 구체화되고, 지방 권력에 대한 반부패 사정과 중앙 규제기관의 인사 재편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9월 초 동북아 정세를 관통하는 흐름은 크게 세 가지다. 중국의 핵심광물 지배력에 맞선 미국·일본의 공급망 재편, 대만해협에서 가속되는 무인전력 경쟁, 그리고 중국 내부의 성장방식 전환이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모두 ‘누가 기술과 자원, 산업과 안보의 연결망을 장악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모인다.

갈륨이 군사안보 자산이 됐다

미국은 8월 31일 서호주 알코아(Alcoa) 워저럽 알루미나 정련소에 갈륨 생산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약 1억74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와 소지츠, 호주 측도 참여한다. 연간 생산 목표는 갈륨 100t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레이더와 미사일방어 체계 등에 사용되는 갈륨을 중국 밖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U.S. Department of War)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산량 자체보다 투자 방식이다. 미국과 일본, 호주가 하나의 공급망을 만들고 있다. 핵심광물이 더 이상 일반적인 원자재가 아니라 동맹과 안보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희토류와 갈륨을 비롯한 여러 핵심 소재에서 세계 공급망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중국 희토류 업체가 미국으로의 공급을 중단했고, 일본으로 향하는 터븀·갈륨·이트륨 등의 수출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수출통제가 강화될수록 미국과 일본은 호주와 다른 자원국을 연결해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Reuters)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는 싱가포르의 물류업체 에이펙스 로지스틱스(Apex Logistics)가 엔비디아 AI 반도체가 탑재된 시스템을 중국으로 운송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수사가 사실관계 확인 단계라는 점은 유의해야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통제가 반도체 제조사와 구매기업을 넘어 운송·물류망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Bloomberg Law)

결국 미국은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주지 않는 것’과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핵심광물을 확보하는 것’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와 광물이 하나의 경제안보 체계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대만은 드론을 ‘대상륙 전력’으로

공급망 경쟁의 군사적 최전선은 대만해협이다.

중국군 군용기와 함정의 대만 주변 활동은 일상화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최근 중국이 해·공군뿐 아니라 해경과 각종 비군사 수단까지 동원해 대만 주변의 해상·공중 통제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내부의 군 지휘부 숙청 등으로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Reuters)

대만의 대응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드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값싼 무인기가 전차와 포병, 보급망까지 위협하는 현실이 확인되면서 대만 역시 대량의 저비용 무인체계를 기존 미사일·포병전력과 결합하고 있다.

대만 정부가 9월 3일 추가로 제시한 올해 국방예산안에는 600대가 넘는 해안 감시·정찰 드론과 4만대 이상의 해안 공격용 드론, 100척 이상의 자폭형 무인정 등이 포함됐다. 중국군이 대만에 접근하거나 상륙 거점을 만들 경우 해안과 해상에서 대규모 무인전력으로 저지하겠다는 개념이다. (Reuters)

이는 중국이 대형 상륙함과 장거리 타격수단, 위성과 드론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능력을 키우는 데 대한 대응이다. 과거 양안 군사경쟁이 전투기·함정·미사일 숫자를 비교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값싼 드론, 위성정보, AI와 통신망까지 포함한 ‘전장 네트워크’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숙정’과 ‘규제 강화’

대외적으로 미국과의 경쟁이 격화되는 동안 중국 내부에서는 권력과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최고 반부패 기구는 산시성 린펀시 당서기 등을 지낸 웨푸위(岳普煜)의 당적을 박탈했다. 공사와 조달, 석탄자원 배분 등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이권과 뇌물을 챙겼다는 혐의다. 지방 인프라와 자원 개발을 둘러싸고 형성된 관료·기업 간 이권구조가 다시 사정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Caixin Global)

인사에서도 변화가 있다. 전 인민은행 부총재 류구이핑(刘桂平)이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 국장에 임명됐다. 60세의 금융·지방행정 전문가가 중국의 시장질서와 반독점, 제품안전 등을 총괄하는 핵심 규제기관의 수장이 된 것이다. (Caixin Global)

이는 단순한 인사 이동으로 보기 어렵다. 중국 경제의 과제가 ‘얼마나 더 생산할 것인가’에서 ‘과잉생산과 가격경쟁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감독기관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

‘반내권’…무조건 많이 만드는 성장방식 손본다

중국 경제의 또 다른 핵심어는 ‘반내권’이다.

‘내권(內卷)’은 기업들이 실질적인 성장 없이 가격을 계속 낮추고 투자를 늘리며 서로를 소모시키는 과당경쟁을 뜻한다. 중국의 태양광·전기차·배터리 산업에서 이러한 현상이 특히 심각하게 나타났다.

중국은 최근 태양광 분야의 에너지 사용과 원가회계 기준을 강화해 원가 이하 판매를 억제하고 산업 통합을 유도하고 있다. 수익을 희생하면서 시장점유율만 확보하는 출혈경쟁을 줄이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Caixin Market)

중국의 산업정책이 오랫동안 생산능력 확대와 세계시장 점유율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그 부작용을 관리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과잉생산은 가격을 떨어뜨리고 기업 수익성을 악화시키며 미국과 유럽의 무역장벽을 높이는 원인이 됐다.

따라서 ‘반내권’은 단순히 기업 간 가격경쟁을 말리는 정책이 아니다. 중국 제조업의 양적 성장 모델을 다시 손질하려는 작업에 가깝다.

풍력은 확대하고 전력망에는 AI

그렇다고 중국이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풍력 분야에서는 대규모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7월 풍력터빈 공개입찰 규모는 약 23GW로 전월보다 219%, 전년 동월보다 50% 증가했다. 국가 주도 대형 프로젝트와 2030년까지의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발주 증가를 이끌고 있다. (Caixin Global)

중국 에너지 분야에서는 AI 활용도 확대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이 늘어날수록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문제가 커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로 전력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고, 여러 지역의 소규모 발전·저장시설을 묶는 가상발전소(VPP), 탄력적 전기요금, 전력거래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중국 에너지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새로운 전력망 기술과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aixin Global)

태양광 산업에서는 과잉생산을 억제하면서 풍력 투자는 늘리고 AI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것은 얼핏 모순돼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정책 방향은 오히려 명확하다.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과잉생산과 출혈적 가격경쟁은 줄이고, 전력망과 저장·운영기술을 강화해 산업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취업과 부동산은 여전히 약한 고리

산업정책의 변화와 달리 중국 내수경제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취업 불안이 커지면서 우수 학생들이 공무원이나 국유부문 취업과 연결되는 전공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 등으로 공공부문 채용 여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안정성을 좇는 청년은 늘어나지만 가장 안정적이라고 여겼던 일자리의 문은 좁아지는 역설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중소기업과 이른바 ‘작은 거인’ 기업 육성을 통해 고용과 혁신을 함께 끌어올리려는 것도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Reuters)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축주택과 기존주택의 차별화가 뚜렷하다. 미완공과 입주 지연 위험이 있는 신축보다는 바로 상태를 확인하고 입주할 수 있는 기존주택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기존주택 거래 활성화는 시장의 부분적인 회복 신호일 수 있지만, 개발업체의 부채와 신축시장 침체까지 해결됐다는 뜻은 아니다.

9월 외교일정이 중요한 이유

앞으로 몇 주 동안에는 이러한 경제·안보 현안이 다시 정상외교로 모인다.

인도는 9월 12~13일 뉴델리에서 제18차 BRICS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고 있으며, 성사될 경우 7년 만의 인도 방문이 된다. 다만 중국 측의 최종 참석 발표와 양자 정상회담 여부는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카쉬바니 뉴스)

이어 시진핑 주석은 9월 24일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중국 측이 대규모 기업인 대표단 동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희토류와 무역·투자, 반도체 규제 등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양국은 정상회담에 앞서 9월 중순 AI 안전 문제를 다루는 별도의 고위급 대화도 준비하고 있다. (Reuters)

중국 국내정치에서는 20기 5중전회가 10월 베이징에서 열린다. 중국 당국이 현재 공식 발표한 것은 ‘10월 개최’까지이며 정확한 날짜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주요 의제는 당의 전면적 엄격 관리, 즉 ‘전면적 종엄치당’이다. 최근 지방 간부에 대한 반부패 사정과 주요 규제기관 인사는 이 일정을 앞둔 중국 내부의 기강 정비와 연결해 볼 수 있다. (중국국무원)

11월 18~19일에는 선전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중국은 올해 약 300개의 APEC 관련 행사를 개최하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의 중심국 이미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중국국무원)

한국에는 어떤 문제인가

이번 흐름에서 한국이 주목할 것은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택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갈륨과 희토류 공급망이 흔들리면 한국의 반도체·배터리·방산 산업이 영향을 받는다. 미국이 AI 반도체의 중국 유입을 막기 위해 물류기업까지 조사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반도체 기업 역시 수출통제와 공급망 관리의 영향을 더욱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은 최근 반도체 투자와 관세 문제를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Reuters)

대만해협 긴장은 한국의 해상 물류와 경제안보에도 직결된다. 동시에 중국의 태양광·풍력·AI 전력망 정책은 한국 기업에는 경쟁이면서 시장이 될 수 있다.

동북아 정세를 군사와 외교만으로 읽기 어려워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사력 뒤에는 반도체가 있고, 반도체 뒤에는 갈륨과 희토류가 있으며, 그 뒤에는 광산과 정련소, 항만과 물류기업이 있다. AI 경쟁 뒤에는 다시 막대한 전력과 재생에너지, 전력망이 자리한다.

9월 5일 현재 동북아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전선의 연결’이다. 미중 경쟁은 안보와 경제, 기술과 자원, 에너지를 각각의 영역으로 남겨두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 경쟁으로 묶고 있다.

한국 역시 이 연결의 구조를 읽어야 한다. 어느 나라가 무엇을 생산하는지를 넘어 누가 자원을 쥐고, 누가 기술을 만들며, 누가 물류와 시장을 연결하는지를 살피는 것이 앞으로의 동북아 정세를 읽는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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