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에는 빛이 있고, 그 빛 곁에는 긴 그림자가 있다. 창조의 아침, “빛이 있으라” 하셨을 때 세상은 처음으로 어둠과 빛을 알았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에 드리운 그림자는 에덴의 어느 나무 아래에서 시작되었다. 아담의 숨음, 가인의 질투, 노아 시대의 깊은 어둠, 요셉이 던져진 구덩이, 모세가 걸었던 광야, 다윗이 숨어 울던 동굴까지—성경은 사람의 그림자를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하다. 그림자가 짙어질수록 하나님의 언약은 더욱 선명해진다. 요셉의 감옥 뒤에는 애굽을 살릴 빛이 있었고, 광야 뒤에는 가나안이 있었으며, 다윗의 눈물 뒤에는 왕의 길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골고다 언덕에 세상에서 가장 깊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십자가. 하늘마저 어두워지고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았던 그 시간, 하나님은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가장 찬란한 구원의 빛을 밝히셨다. 죽음의 그림자 뒤에 부활이 있었고, 절망의 돌문 뒤에 생명이 있었으며, 십자가 뒤에 그리스도가 서 계셨다.
그래서 이제 알겠다. 성경의 그림자는 우리를 절망으로 데려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빛이 누구인지 보여주기 위한 배경이었다.
내 인생에도 그림자가 있다. 말하지 못한 아픔, 이해되지 않는 광야, 기도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 그러나 나는 그림자만 바라보지 않으리라.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어딘가에서 빛이 비치고 있다는 것. 오늘도 그 빛은 나의 어두운 길 위에 조용히 말씀하신다.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요한복음 8:12)
빛은 결국 그림자를 이긴다. 아니, 복음 안에서 이미 이겼다.
예수는 그리스도. 성경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흐르는 꺼지지 않는 한 줄기 빛, 그리고 내 인생의 긴 그림자마저 하나님의 작품으로 바꾸시는 영원한 생명의 빛이다.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