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진가 김연수, 붓 들고 한국범·검독수리 그리다…옻칠예술인협회 창립전

김연수 작가(뒷줄 맨 오른쪽)와 이은경 한국옻칠예술인협회장, 권아진, 김현우, 김화영, 박명옥, 박숙화, 박재봉 회원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수덕사 선미술관 ‘옻칠의 경계를 넘어서’…“사진쟁이가 어쩌다 그림까지”

사진으로 자연과 생명의 순간을 기록해온 김연수 작가가 이번에는 붓을 들었다. 문화일보 사진부장을 지낸 김 작가는 8월 21~27일 충남 예산 수덕사 선미술관에서 열린 한국옻칠예술인협회 창립전 <옻칠의 경계를 넘어서>에 옻칠 작품을 출품했다.

올해 출범한 한국옻칠예술인협회의 첫 전시에는 김연수를 비롯해 이은경 협회장, 권아진, 김현우, 김화영, 박명옥, 박숙화, 박재봉 등 전국 작가 18명이 참여했다. 전통적으로 칠기와 나전공예의 재료로 여겨져온 옻칠을 한지와 캔버스, 사진, 목재 등에 접목하고 금박·자개·삼베·유리 등 다양한 재료와 결합해 옻칠의 표현 영역을 넓힌 자리다.

8월 23일 전시장 모습

김연수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조금 특별하다. 오랫동안 카메라를 들고 자연을 찾아다닌 ‘사진쟁이’가 회화 작업으로 영역을 넓혀 처음 선보인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시를 마치며 “사진쟁이가 어쩌다 그림까지 그리게 됐다”며 “초보를 지도해준 협회장과 회원들, 먼 길을 찾아준 지인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특히 고교 1학년과 3학년 때 각각 짝을 했던 친구들이 전시장을 찾아와 “기쁨이 두 배였다”고 했다.

출품작에 담긴 소재 역시 김 작가가 오랫동안 카메라로 좇아온 자연과 맞닿아 있다.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춘 한국범이 언젠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꿈속에서 그리던 검독수리가 천수만에 다시 찾아온 기쁨을 옻칠 작품에 담았다.

김연수 작 검독수리

검독수리는 김 작가에게 낯선 소재가 아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천수만을 찾아 검독수리를 관찰하고 촬영해왔다. 2024년에는 검독수리와 까치의 대치 장면을, 2025년에는 천수만 상공에서 검독수리가 독수리를 공격하는 순간을 아시아엔 ‘에코줌’에 소개했다. 검독수리는 국내에서 매우 드문 겨울철새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에 지정돼 있다.

사진과 그림은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김 작가에게는 결국 같은 곳을 향한다. 사라져가는 생명에 시선을 두고,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기록하는 일이다. 카메라 렌즈 안에서 포착하던 한국범에 대한 그리움과 검독수리의 비상이 이번에는 옻칠과 붓을 통해 화면 위에 남았다.

사진이든 옻칠이든 다르지 않다. 마음을 다해 바라보고 집중할 때 비로소 대상의 생명과 본질을 담아낼 수 있다. 자신의 작품 앞에서 김연수 작가.

김 작가는 “제 작품은 보잘것없지만 한국범의 부활에 대한 바람과 천수만에 다시 찾아온 검독수리를 만난 기쁨을 표현했다”며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옻칠예술인협회는 수덕사 창립전에 이어 부산 등 국내 전시를 이어가며 해외 교류전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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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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