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세계칼럼

“전우를 적진에 남겨두지 않는다”…F-15E 구조작전이 증명한 미군의 원칙

F-15E 전투기 내부 조종석과 조종사 장비, 그리고 실전 비행 모습은 이번 구조 작전이 얼마나 고도의 훈련과 시스템에 기반했는지를 보여준다. 사진 왼쪽은 F-15E 전투기의 첨단 조종석 모습으로 조종사와 무기체계장교(WSO)가 협력해 작전을 수행하는 핵심 공간이다. 가운데는 장비 및 좌석으로 조종사와 WSO의 사출좌석 및 생존장비. 위급 상황에서 즉각 탈출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오른쪽 사진은 고산지대를 비행 중인 F-15E 전투기. 이번 작전처럼 험준한 지형에서도 정밀 작전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이미지 AI>

미군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단 한 명의 미국 전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No Man Left Behind)”는 원칙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미국은 이란에서 격추된 F-15E 전투기에서 탈출한 2명의 군인을 무사히 구조했다고 한다. 추락 직후, 먼저 탈출한 조종사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미군 구조팀에 의해 발견되어 안전하게 후송되었다. 문제는 탈출 후 이란 산악지대에 홀로 고립된 무기체계장교(WSO)였다.

이란군은 이 장교를 포로로 잡기 위해 6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인근 지역을 봉쇄한 채 수색작업에 들어갔다. 사실 이 장교가 포로가 되어 언론에 등장해 협박에 의해 “미국의 이란 공격은 불법적이고 명분이 없다”는 등의 인터뷰를 하게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미군은 약 36시간에 걸친 긴박한 작전 끝에 조종사와 무기체계장교 모두를 적진에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특히 무기체계장교를 구출하는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고 한다. 그는 이란군과 무장 세력이 촘촘히 뒤쫓는 위험한 산악지대에 고립되어 있었다. 미군은 그가 생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공에 A-10 공격기와 드론을 띄워 접근하는 적들을 차단하며 일종의 보호막을 형성했다.

결국 CIA가 정확한 은신처를 특정했고, 미 공군 특수부대인 파라레스크(PJ)가 여러 대의 헬기를 타고 적의 포화 속으로 진입해 그를 극적으로 구조해냈다. 파라레스크는 오직 아군 구조를 위해 훈련된 특수부대다. 비록 작전 과정에서 구조 헬기가 피격되는 등 긴박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결국 전원 무사 귀환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며 미군의 집념과 구조 역량을 보여주었다.

이 원칙은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에서도 가장 처절하고 극단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이 전투에서, 미군이 보여준 구출 노력은 오늘날까지도 군사 역사에서 전설로 남아 있다.

반군 지도자 생포 임무를 수행하던 레인저와 델타포스 대원들은 작전 중 첫 번째 블랙 호크 헬기(슈퍼 6-1)가 격추되자 즉각 임무를 중단하고 추락 지점으로 향했다. 이미 수천 명의 무장 민병대가 몰려드는 상황이었지만, 미군은 고립된 조종사와 대원들을 구하기 위해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시가지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대원이 부상을 입거나 전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를 확보하고 전사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밤새 포위망 안에서 버텼다.

두 번째 헬기(슈퍼 6-4)가 격추되었을 때, 상공에서 엄호하던 델타포스의 게리 고든 상사와 랜디 슈거트 중사는 지상으로 내려가 방어하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지휘부는 위험하다며 거절했으나, 세 차례의 요청 끝에 투입이 허가되었다. 두 대원은 단 둘이서 수백 명의 민병대를 상대로 추락한 조종사 마이클 듀런을 보호하며 끝까지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이 희생 덕분에 마이클 듀런은 현장에서 살해되지 않고 포로로 잡혔다가 훗날 생환할 수 있었다. 이 두 명은 미국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사후 수여받았다.

미군은 생존자뿐만 아니라 이미 전사한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위험을 감수했다. 첫 번째 추락 지점에서 헬기 조종사의 시신이 기체 잔해에 끼어 나오지 않자, 미군은 시신을 적의 손에 넘기지 않기 위해 격렬한 교전 중에도 절단 도구를 동원해 시신을 수습하려 했다. 이 시신 수습 작업 때문에 철수가 지연되었고, 이는 결국 부대 전체가 밤새 고립되는 원인이 되었지만, “동료를 남겨두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목숨을 걸고 행동했다.

포위된 대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미군은 이튿날 새벽, UN 평화유지군(파키스탄·말레이시아군)과 협력해 장갑차와 탱크를 동원한 대규모 구출 작전인 ‘모가디슈 마일(Mogadishu Mile)’을 전개했다. 자국 군인들을 구하기 위해 타국 군대와 장갑차까지 동원하며 끝내 모든 생존자와 시신을 회수했다. 미군의 이 원칙은 적에게는 “미군 한 명이라도 건드리면 끝까지 추적한다”는 강력한 경고를 보냈고, 아군 병사들에게는 “어떤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전우가 나를 데리러 온다”는 절대적 신뢰를 심어주었다.

병사가 전장에서 “내가 고립되어도 반드시 구조대가 온다”는 확신을 가질 때 발휘되는 전투력은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특히 극한 상황에서도 공포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교전을 이어갈 수 있는 강력한 동기가 되며, 파일럿이나 특수부대원이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위험한 임무를 주저 없이 수행하게 만든다. 이러한 전통과 집념이 오늘날 미군을 세계에서 가장 사기가 높은 군대로 만드는 중요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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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지역장 전무, 삼성SDI 마케팅실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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