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사북항쟁 46주년 기념식에 대통령 첫 ‘기념사’…국가 사과 이후 피해 구제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8월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3기 출범 계기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 오찬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참석자를 향해 인사하고 있다.

21일 사북 뿌리관서 기념식…송상교 진실화해위원장 참석해 대통령 기념사 대독 예정
경찰 지프차 돌진으로 촉발된 항쟁…피해자 간담회서 추가 진상규명·특별법 등 논의

1980년 강원도 정선군 사북에서 발생한 사북항쟁 46주년 기념식에 처음으로 대통령 기념사가 전달될 예정이다.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이 사북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한 데 이어 정부가 기념식을 통해 다시 한번 국가 차원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46주년 사북항쟁 기념식은 10월 21일 오후 2시 강원도 정선군 사북 뿌리관에서 열린다. 정부 측에서는 장관급인 송상교 제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의 기념사를 대독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사북항쟁 기념식에 공식 기념사를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북사건은 비상계엄 시기였던 1980년 4월 21일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서 발생했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조합 운영 문제에 항의하던 광부들을 경찰이 사찰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격화됐다. 당시 사찰 중이던 경찰이 광부들에게 발각되자 지프차를 몰고 농성 광부들에게 돌진해 원일오 씨 등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이 항쟁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격분한 광부들은 사북 시내를 장악하고 나흘 동안 경찰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1명이 사망하는 등 충돌이 격화됐으나, 4월 24일 계엄군 투입을 앞두고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사태는 일단 수습됐다.

그러나 이후 신군부는 광부들의 폭력 행위를 부각하며 사건을 ‘불순분자들에 의한 폭력 난동’으로 규정했다. 합의 이후에도 주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연행과 조사가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집단고문과 성고문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

사북광부 항쟁

사북사건은 오랫동안 과격한 노동분규로 인식됐으나, 이후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국가폭력과 인권침해의 측면이 확인됐다.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2008년 사북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명하고 국가 사과와 피해자 구제를 권고했다. 2024년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도 국가 사과와 명예회복, 기념사업 등의 이행을 권고했다.

올해 기념식은 지난 8월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사북사건 피해자들을 만나 공식 사과한 이후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6년 만에 이루어진 대통령의 사과가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을 인정하는 조치였다면, 이번 기념식에서 전달될 메시지는 향후 후속 조치의 방향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념식이 끝난 뒤에는 송상교 위원장과 사북사건 피해자,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별도의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간담회에서는 대통령의 사과와 기념사에 담긴 정부 차원의 입장을 살펴보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항쟁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경찰 지프차 돌진 사건이다. 사북항쟁 관계자들은 이 사건에 대한 별도의 사과와 피해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아직 충분히 조사되지 않은 피해자에 대한 직권조사, 특별법 제정, 진실화해위원회 권고사항에 따른 기념사업 추진 등도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사건 발생 이후 46년이 흐른 만큼 기존 조사와 명예회복 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피해자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직접 피해자뿐 아니라 오랜 기간 사회적 불이익과 생활상의 어려움을 겪은 가족들의 상황도 관심 대상이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는 정선지역사회연구소(소장 황인욱)가 펴낸 기념자료집 『사북항쟁 일문일답』이 제작·배포된다.

자료집에는 사북항쟁의 발생 배경과 전개 과정, 경찰 지프차 돌진 사건, 계엄군 투입 준비, 항쟁 이후 국가폭력, 진실규명 과정 등이 문답 형식으로 정리돼 있다. 사북항쟁과 국가폭력의 연대기, 사북사건 진실규명의 연대기도 수록됐다.

황인욱 소장은 자료집 머리말에서 역사적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진 증언과 기록을 종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장면이나 한쪽의 경험만으로 사건 전체를 판단하기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사실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국가의 공식 사과와 역사적 평가는 중요한 진전이지만 그것만으로 피해 회복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조사에서 누락된 피해가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조사와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특별법 제정이나 추가 조사, 기념사업 추진에는 관련 법률과 행정 절차, 관계 기관 및 국회의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 속에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후속 조치를 구체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46년 만에 이루어진 국가 사과가 사북사건 관련자들의 명예회복과 실질적인 피해 구제, 역사적 기억의 보존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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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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