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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불효자의 사모곡’ 황민규

사랑하는 엄마, 더 빨리 당신을 알아주지 못해서/더 많이 당신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못해서/더 많은 시간 당신과 함께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당신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불효자의 사모곡’ 한 귀절

아홉 살에 어머니 등에 업혀
좋다는 곳은 다 찾아
땀구멍보다 많은 침을 맞으며
겨우 사람 노릇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 은혜, 그 사랑을 어찌 잊을까요
하지만, 키 작은 녀석은 반찬 투정, 사고뭉치로
생선 냄새 남루한 차림이 부끄러워
기둥 뒤에 숨었습니다.

그 모습에 울 엄마
얼마나 가슴 아파하셨을까요?
그 시절의 엄마보다 많은 나이가 되어 생각하니
짐승보다도 못한 짓이었어요.

옹이처럼 박혀버린 피 멍울은 지금도 가슴 통증에
사약을 마시듯 한 움큼의 알약을 털어 넣으십니다.

엄마의 기억은 아픈 시간을 잊으셨나 봅니다
아니면 아들 생각에 기억하려 않는 것일까요.

차라리 좋은 기억, 행복했던 시간들만
마음에 담아 두시길 매일 기도합니다.
기둥 뒤에 숨었던 키 작은 꼬마녀석만은 지워졌기를…

하지만 무심하게도
하늘은 내 편이 되어 엄마의 기억장치를 서서히 멈추게 합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공경할 수 있는 시간이
지혜롭고 총명하셨던 시간을
내 남은 시간을 차감해서라도 되돌려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더 빨리 당신을 알아주지 못해서
더 많이 당신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못해서
더 많은 시간 당신과 함께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당신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 다음 생이 있다면
그래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나의 딸로 와 주세요
당신이 내게 그랬듯이 당신을 먼저 생각하는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려 깊고 따뜻한 아버지가 될게요.

엄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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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The AsiaN 편집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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