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본적으로 네 개의 층위에서 전개되는 복잡전(4-layered complicated war)의 모습을 보인다. 각 층위는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갈등 양상의 불가측성을 심화시켰고, 전쟁의 미래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첫 번째 층위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반군 사이의 내전으로, 2014년 유로마이단 사태 이후 국지전으로 출발했다.
두 번째 층위는 돈바스 내전의 확전으로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 주권국가 사이의 전면전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서구 세력권으로의 편입을 의미하는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추진 의지와, 이를 자국에 대한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저지하려는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욕망이 충돌한 전쟁이다. 전형적인 강대국 정치의 논리로 설명하자면, 우크라이나가 대러 봉쇄의 전초기지로서 나토의 군사기지화가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차원을 넘어, 러시아의 사활적 이익지대 확보를 위해 크렘린이 선제적으로 무력 공격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예방전쟁(Preemptive Strike)의 성격도 지닌다.
세 번째 층위는 대리전 양상으로 표출된 미-러의 유라시아 패권전쟁이다. 냉전 종식 후 미국이 구축한 국제 질서의 현상 유지와 이를 조정하려는 러시아의 현상 타파 야망이 유러시아 지정학의 ‘블랙홀’ 우크라이나에서 충돌한 전쟁이다. 현재 이것이 전개되고 있는 양태는, 나토의 동진 팽창에 대항해 다시 힘을 회복한 러시아가 자신의 배타적인 세력권을 수호하고 전통적인 영향권을 복구하기 위해 반격을 가하는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네 번째 층위는, 미국이 이끄는 서구 세계와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반(反)서구권 또는 비(非)서구권 사이에 상호 이질적인 국가발전 모델과 국제정치관의 충돌이 일으킨 가치전쟁이다. 이를 테면, 미국과 러시아가 각기 민주주의 국가 그룹과 권위주의 국가 그룹을 대표해 우크라이나에서 가치투쟁의 대립전선을 형성하고, 이 두 국가 그룹의 결속체인 EU-NATO와 BRICS-SCO(상하이협력기구)가 글로벌 차원에서 뒷받침해주는 국제전이다. 신냉전의 외양을 보이는 이 가치전쟁은 서구 대 반·비서구 진영 간 국제질서 주도권 투쟁뿐 아니라, 글로벌 가치사슬 및 그 공급망 재편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은 4층 구조의 복합전 성격을 지닌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돈바스 반군 사이의 내전(국지전), 키이우의 나토 가입에 대한 이해 상충이 부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주권국가 사이의 전면전(예방전), 유라시아 질서 재편을 둘러싼 미-러의 패권전쟁(대리전), 서구 세계와 반·비서구 세계 사이의 가치전쟁(국제전)이 오버랩되어 있다. 요컨대,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러시아, 중국, EU 등 다양한 행위자의 개입과 관여, 강대국 간 위신과 독점적 영향력 확보 경쟁, 안보 딜레마, 가치의 대립, 정체성 갈등과 영토 할양 문제 등이 중층적으로 얽혀 있는 것이다. 이면에 숨겨진 이런 이해 구조의 다층적 성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법 찾기를 어렵게 하고 장기화를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