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정치칼럼] “대화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게 진짜 실용”

정치는 이상과 철학의 세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작동하는 실용이다. 국민은 말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한다. 필자는 정치생활을 하며 이념의 이름으로 정치를 멈추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았다. 그러나 정치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 중 한 분이다. 그분은 자신과 정치 노선이 달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국 유학길에 오를 때, 주영대사였던 이홍구 전 총리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정성껏 챙겨드리라”고 지시했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국익과 인품을 동시에 세운 지도자의 그릇을 느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대통령이 된 후, 이홍구 전 총리에게 미국 대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총리는 건강과 가족을 이유로 고사했지만, 김 대통령은 단호했다. IMF 사태로 나라가 무너진 상황에서 미국이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으니 당신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결국 이홍구 전 총리는 설득을 받아들였고, 당파를 넘는 국가적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이것이 진정한 대인정치이자 실용정치이다.
정치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충북의 김종호 전 원내총무는 야당과 날카롭게 대립하던 와중에도, 한밤중 양주 한 병을 들고 야당 원내대표 집을 찾아 고기 한 점에 웃으며 새벽까지 술자리를 함께했다. 그날 오후 국회는 기적처럼 정상화되었다. 지금 시각으로는 비판받을 수 있지만, 그날 그 타협이 국민에게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줬다면 그것 또한 정치의 미덕이다.
정치를 꿈꾸는 이들이여, 정치는 수사가 아니라 실사이다.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하며, 제도 안에서 최선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다. 대화를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실용이다. 적대하지 말고 설득하고, 증오하지 말고 설계하길 바란다.
이념은 정체성을 지켜주지만,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은 실용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