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람

[윤재석의 시선] 105세 김형석·97세 조완규 두 노교수, 나이 잊은 건강 토크

김형석 교수, 박동순 전 이스라엘 대사,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 필자 윤재석 기자(왼쪽부터)

인생 백세 시대. 그 오랜 세월을 살아낸 어른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호기심 반, 흥미 반으로 그분들의 모임에 조심스럽게 동석했다. 7월 9일 정오, 서울 서대문 스위스그랜드호텔 레스토랑에서였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이는 ‘105세 청년’이라 불리는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97세 생물학자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이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대표하는 장수 지성인 두 사람은 자리에 앉자마자 자연스럽게 ‘건강’ 이야기를 시작했다.

조완규 박사는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에 서리풀공원을 1시간 정도 트레킹했다”며 도보측정기를 꺼내 보였다. 1만 보를 조금 넘는 수치였다. 그는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곤 거의 매일 트레킹을 생활화하고 있다며, 불과 10년 전까지도 마라톤 완주를 즐기던 마니아였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1일 ‘철학자의 길’로 명명된 서울 연희동 안산길을 김형석(오른쪽) 연세대 명예교수와 이성헌 서대문 구청장(왼쪽)이 주민들과 함께 걷고 있다. 사진 서대문구 제공

말없이 그 얘기를 듣고 있던 김형석 교수는 책자 하나를 꺼냈다. 서대문구 소식지 7월호였다. 그 안에는 김 교수와 홍보모델 남녀가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려 있었다. 기사 내용은 서대문구가 김 교수가 자주 거니는 연희동 산 66-15 일대를 ‘철학자의 길’로 명명하고 정비했으며, 김 교수의 명언이 새겨진 나무판들을 곳곳에 비치했다는 것이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철학자의 길(Philosophenweg)’이나, 쾨니히스베르크(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의 ‘칸트의 산책로’처럼, 서울에도 새로운 철학 명소가 탄생한 셈이다.

김 교수는 10일 오후 경북 예천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예정하고 있었다. 그는 “2~3일에 한 번꼴로 강연이 잡혀 있고, 일본 등 해외에서도 종종 요청이 온다”고 했다.

조완규 총장, 김형석 교수(왼쪽부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초대 주이스라엘대사를 지낸 박동순 전 외교관이 합류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이유를 물었더니, “제가 막내라 90세인데 두 분 앞에선 괜히 주눅이 듭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그는 스틱 두 개를 이용한 노르딕 워킹, 즉 무산소 유산소 복합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노년에 특히 조심해야 할 두 가지로 ‘넘어지는 일’과 ‘감기’를 꼽았다. 아울러 기억력 유지를 위해선 고유명사, 명사, 형용사, 부사 등을 의식적으로 외우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것으로 정리하는 능력도 꾸준히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식사 비용은 ‘형님들께 한턱내겠다’며 90세 막내 박동순 전 대사가 흔쾌히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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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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