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단장 화려한 ‘홍콩스타일’ 춘절

*홍콩에 거주하는 라이프코칭 컨설턴트 베로니카 리씨가 홍콩의 설 풍경을 사진과 함께 전해왔습니다. -아시아엔(The AsiaN)

크리스마스 장식이 내려지는 것과 동시에 홍콩 곳곳에서는 춘절맞이 준비가 시작된다. 때를 맞춰 세계 각지에서 속속 들어오는 방문객들로 거리마다 넘치는 축제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다채로운 이벤트가 쇼핑몰과 관광명소 등지에서 열리는가 하면 유명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작품들이 무료로 전시되기도 한다.

갑오년 홍콩의 구정은 연일 20도를 웃도는 봄날 속에 찾아왔다. 가벼운 재킷만 걸쳐도 좋은 화사한 날씨가 부추긴 때문인지 올해는 유독 꽃을 사다 설맞이 집단장에 정성을 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수선화, 금귤나무, 국화, 난, 복숭아꽃 등으로 집안팍 곳곳을 장식하는 설풍습을 위해 빅토리아 파크는 매년 설마다 거대한 꽃시장으로 탈바꿈해 축제 무드를 증폭시킨다.

구정기간 홍콩의 볼거리는 단연 울긋불긋 화려한 춘절 장식이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소나 쇼핑지역은 물론 현지인들이 사는 주거지역에서 볼 수 있는 행운과 부의 상징들로 두 눈이 쉴 틈이 없을 정도다. 액운을 쫓는 사자, 부의 상징인 잉어, 행운의 글자가 새겨진 복주머니와 폭죽, 용이 그려진 스티커 등을 사다 걸어놓는 일이야말로 설맞이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보기엔 다소 요란해보일 수 있는 휘황찬란한 ‘컬러풀 + 럭셔리’ 콘셉트는 절대 지켜야 할 춘절 장식의 원칙이기도 하다.

춘절 장식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복(福)’자가 새겨진 손바닥만한 빨간 봉투다. 홍콩에서는 새배는 하지 않아도 새뱃돈 비슷한 복돈인 ‘라이씨’(利是)를 주고 받는 풍습이 있기 때문에 설날 전에 라이씨 봉투를 충분히 사서 빳빳한 신권을 넣어두어야 한다. 요즘은 예의 빨강색, 금색보다 현대적인 핫핑크나 진한 보라색 같은 화려한 색봉투가 인기를 끄는 추세다. 라이씨 봉투를 파는 상점이 아예 따로 있는데다, 해마다 홍콩에서 소비되는 라이씨 봉투를 만드는 데 약 1만 그루의 나무가 소요된다고 해도 그들의 복돈 주고 받기는 멈추지 않을 듯싶다.

홍콩에 새로 이주한 외국인들은 라이씨와 함께 건네는 흔한 덕담 몇가지를 기본으로 배워두기도 한다. ‘Kung Hei Fat Choy(恭喜發財)’는 새해 복 많이 받고 재물도 많이 모으라는 뜻으로 가장 일반적으로 자주 쓰인다. 상대의 건강을 빌고 싶다면 ‘Sun Tai Geen Hong(身體建康)’이라고 하면 되고,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을 만났을 때는 ‘Hok Yeep Jun Bo(學業進步)’라고 하면 된다. 한국식으로 ‘부자 되세요!’라고 말하고 싶다면 ‘Yut Boon Man Lei!(一本萬利)’라고 외쳐보라. ‘부(富)’를 사랑하는 홍콩인의 기억에 좋은 인상을 심어줄 것이다.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관광도시답게 손님맞이 분위기에 푹 빠진 홍콩의 구룡반도에는 매년 수천 개의 대나무 장대만으로 지은 800여 석 규모의 팝업 대나무 극장(Bamboo Theatre)이 세워진다. 구정 설 기간에만 운영하는 복고풍 대나무 극장은?중국의 경극, 추억의 흑백영화와 함께 빅토리아 하버의 장관을 즐길 수 있는 구룡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침사추이에서 열리는 야간 퍼레이드도 이미 잘 알려진 빅토리아 하버의 불꽃놀이와 함께 주목받는 춘절의 하이라이트다. 1996년 시작한 이래 세계 각국의 공연그룹들이 참가할 만큼 규모가 커진 야간 퍼레이드는 여행자들의 바이블이나 다름없는 가이드북 <론리 플래닛>으로부터 세계에서 꼭 봐야 될 ‘Must-see’ 이벤트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연말 크리스마스에서 춘절 연휴로 이어지는 기간의 홍콩은 희망과 활기로 충만하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딛고 일어서는 용의 에너지와 ‘Can Do Spirit’이 늘 넘치는 월드시티는 지금 말의 해를 맞아 ‘용마정신(龍馬精神)’을 되새기며 질주를 위한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글, 사진 : 베로니카 리/홍콩, 라이프코칭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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