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켓’,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을 뛰어넘다

*이웃 나라들은 화목하기보다 갈등 대립 반목의 관계인 경우가 많다. 분쟁과 영토갈등을 겪기도 한다. 한편으론 국경을 넘어서는 초국가적(transnational) 활동이 기업 학술 문화 등 전 영역에 걸쳐 세계인의 생활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다. 트랜스내셔널 환경 속에 살아가는 각 나라 사람들에게 공통화제를 던져 얘기를 들어본다. 이번에는 크리켓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크리켓 애호국 인도와 파키스탄 청년들의 진솔한 경험담이다. -아시아엔

파키스탄 모신 무크타르가 아주대학교에서 크리켓 친선경기를 하고 있다.

[파키스탄] 모신 무크타르(Mohsin Mukhtar)/대림산업 근무

국경 허문 크리켓 경기

토요일 이른 아침, 나는 파키스탄 크리켓 팀과 함께 배트와 공, 위킷을 들고 인도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는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오랫동안 지속된 정치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양국 선수들은 친해 보였고 훌륭한 정신으로 경기에 임했다. 대학 운동장에서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함께 하는 모습은 화합의 장면 그 자체였다. 우리는 세 게임을 했다.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기쁨의 순간을 함께 해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날이었다.

그 날 이후, 몇몇 인도 선수들은 주말이면 크리켓 경기가 열리는 우리 학교로 찾아와 함께 경기를 했다. 두 나라 선수들이 어울려 친선경기를 가졌다. 한국에서 인도 사람들과 생활하며 두 나라 국민들이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 크리켓 말이다! 크리켓이 파키스탄과 인도 간 친선관계의 가교가 되어 양국 간 정치문제를 해결하는 평화의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도 슈레시 아루무가나이나르가 파키스탄 친구들과 성균관대 수원캠퍼스에서 크리켓 경기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했다.

[인도] 슈레시 아루무가나이나르(Suresh Arumuganainar)/ KAIST 포스트닥 연구원

“인도가 지면 잠 못자”

나는 파키스탄에서 3000km 이상 떨어진 인도 남부 타밀 나두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크리켓을 사랑했다. 인도-파키스탄 경기가 있는 날엔 어느 때보다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인도가 이겼을 때는 편안하게 잠들었지만, 파키스탄이 이기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2007년 서울대 박사과정에 입학해 한국에 왔다. 몇 달 뒤 한국에서 인도 사람들과 크리켓을 하기 시작했고, 이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학생들과도 경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파키스탄·방글라데시 친구들이 생겼다.

나는 파키스탄 사람들과 크리켓을 하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크리켓은 국경을 넘어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다. 내가 파키스탄 친구들에 대해 말했을 때 가족들은 너무 놀라 말을 잃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매우 좋은 친구들이라고 안심시켰다. 요즘 카이스트에서 인도·파키스탄·네팔 친구들과 어울려 크리켓을 한다. 주말엔 한국 초등학생들에게 크리켓을 가르치기도 한다. 크리켓을 통해 우리는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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