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시리아 군사개입 신중해야”
미국 군사공격 사실상 반대…”정치적 해결 찾아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4일(현지시간) 시리아 문제를 무력이 아닌 정치적 협상으로 해결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5~6일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4일 현지에 도착한 반 총장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군사적 대결이 아닌 정치적 해결만이 시리아에 평화를 가져다주고 인명을 보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G20 회의에서 시리아 문제가 논의되길 기대한다면서 동시에 시리아 사태 논의를 위한 국제평화회의의 조속한 개최를 촉구했다.
반 총장은 하루 전에도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시리아에 군사 개입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시리아 해법에 대해 의견이 갈려 있는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에 조속히 합의점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반 총장은 러시아 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에 앞서 이날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예고 없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등 국제사회에 “신중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반 총장은 미국과 우방에 의한 군사개입에 반대한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반 총장은 “장차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동시에 시리아를 단죄하기 위한 조치들이 시리아에서의 대규모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조치는 (세계평화와 인권보호를 위한) 유엔헌장의 틀 내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반 총장은 무력 사용 문제에 언급, “무력 사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 아래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 행해질 때만 정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유엔 시리아 대표는 전날 반 총장에게 미국의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막아달라는 시리아 정부 측의 입장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군사개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과 프랑스는 시리아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개입에 찬성하고 있다. 영국은 의회의 승인이 있을 경우에만 군사개입에 힘을 보탠다는 입장이다.
반 총장은 “의견이 갈리는 5대 상임이사국은 현재의 교착상태를 넘어 (합의에 이르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이는 시리아 사태에 대한 갈등보다 더 중요한 인권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화학무기는 더 이상 테러와 전쟁의 수단이 돼선 안된다”면서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측은 반드시 처벌돼야 하며, 시리아 국민이 더는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유엔 조사단이 시리아에서 수집한 화학무기 사용 여부와 관련한 증거와 자료는 오는 4일까지 유엔이 정한 실험실로 보내져 이른 시일 내에 분석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과 프랑스 정부는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를 자체적으로 이미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