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 유엔조사단 피격
시리아 정부 “‘반군’ 소행”…첫날 조사 예정대로 진행
군사개입…EU애슈턴 “안보리 지지 중요”·러시아는 반대
시리아에서 지난주 화학무기 공격을 받은 현장 조사에 나선 유엔 조사단 차량이 26일(현지시간) 신원 미상의 저격수로부터 총격을 받았다.
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은 “조사단의 첫 번째 차량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저격수들의 총격을 수차례 받았다”고 밝혔다고 AP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네시르키 대변인은 차량이 다마스쿠스 인근의 반군이 장악한 지역과 정부군이 통제하는 지역 사이의 완충 구역에서 총격을 받았으며 조사단 일원은 모두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총격을 받은 차량을 운행할 수 없어 조사단 일부는 다마스쿠스의 숙소 호텔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저격수의 공격은 유엔 조사단 일행이 다마스쿠스의 호텔에서 7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현장으로 출발한지 수 시간 만에 발생했다.
조사단이 출발하기 근 한 시간 전에도 호텔에서 불과 7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박격포 공격이 발생 3명이 부상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시리아 정부는 유엔 조사단이 다마스쿠스 서부 모아다미예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테러리스트(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정부는 TV 성명에서 이같이 밝히고 유엔 조사단이 반군 장악 지역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정부군이 안전하게 경호했다고 덧붙였다.
유엔 조사단은 이날 총격 사건에도 모아다미예 지역에서 현지 의사와 생존 희생자를 면담하는 등 현장 조사 첫날 일정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 신경가스는 희생자들의 신체에 수 주 동안 남아 있어 추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AFP 통신이 전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와 관련해 시리아 공습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터키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제재하기로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세계 각국의 반 아사드 정권 연합에 참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권의 학살에 유엔 안보리를 위시한 국제사회가 단호히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시리아 군사 개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유엔 안보리의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애슈턴 고위대표는 이날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히고 28개 회원국에 달하는 EU로서는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지만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러시아와 이라크 등 일부 국가는 시리아 군사 개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TV로 방영된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공격을 했다는 증거가 아직 없다며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거치지 않은 무력 사용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무력을 동원할 계획이 없으며 외국의 군사 개입이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지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도 서방국이 시리아 공습에 나설 경우 자국 영공 통과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파이살 미크다드 시리아 외무차관은 A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의 시리아 무력 공격은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지난 21일 화학무기 공격을 받은 다마스쿠스 인근 구타 지역에서 ‘신경가스 중독’ 증세로 숨진 사람은 355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군 측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에 따른 사망자는 1천300명을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현재로서는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이번 화학무기 공격에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지만 시리아 정부는 반군의 소행이라고 반박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