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법원, 무바라크 석방 명령

변호인 “22일 풀려날 듯”…이집트 정국에 새 변수

이집트 법원이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퇴진한 호스니 무바라크(85) 전 대통령의 석방을 명령하면서 혼란한 이집트 정국에 새로운 변수가 떠올랐다.

이집트 국영TV는 21일(현지시간) 카이로 항소법원이 무바라크에게 적용된 부패 혐의 가운데 하나를 무혐의 처분하고 여타 혐의가 없다면 그를 석방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사법부의 한 소식통은 “이번 판결은 최종적”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메나통신이 전했다.

석방 결정은 지난 7월3일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나서 정국 혼란이 극심한 상황에서 취해진 조치다.

무바라크가 현재 구금 중인 카이로 남부 토라교도소에서 즉각 풀려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무바라크 변호인 파리드 엘디브는 “법원이 무바라크의 석방을 결정했다”며 “22일 교도소에서 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원의 판결이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무바라크는 풀려나면 개인 별장이 있는 시나이반도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로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전망했다.

법원은 이날 토라교도소에서 무바라크 재심의 마지막 심리를 열어 무바라크 석방 여부를 검토했다.

엘디브는 이날 열린 4차 공판에서 무바라크가 집권 시절 국영 신문사 알아흐람 간부한테서 받은 선물 등 60만 달러 상당을 올해 초 정부에 이미 반환했다고 주장, 무혐의를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디브는 지난 19일 “무바라크의 부패 혐의가 신속하게 청산됐다”며 “행정 절차만 남아 있어 이르면 이번주 말 풀려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무바라크에 적용된 다른 2가지 부정부패 혐의와 2011년 시민혁명 당시 시위대 수백명의 사망을 막지 못한 혐의에 대해 무혐의를 선고하고 석방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무바라크가 지금까지 제기된 몇가지 혐의를 벗어날 경우 그를 잡아 가둘 법적 근거도 없어지게 된다.

이집트 법률에 따르면 최종 평결까지 피고인의 최대 구금 한도는 2년이다.

2011년 4월 12일 구속된 무바라크는 지난해 6월 1심 재판에서 2011년 초 시민 혁명 기간 시위대 850여명의 사망을 막지 못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구속 기간도 이미 2년을 넘었다.

그러다 법원은 지난 1월 재판 과정에서의 오류와 무바라크 변호인단, 검찰의 항소 요구를 받아들여 재심을 명령했다.

무바라크 석방으로 일시적인 혼란도 예상된다.

30년간 철권통치를 한 독재자의 석방에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시민혁명 당시 다수의 사망자를 낸 유혈사태에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데 반발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바라크 석방에 반발하는 시위가 발생할 경우 군부와 무르시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의 대립 구도와 맞물려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무바라크 석방이 확정되면 무바라크 시절에 임명된 현 사법부 수장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

무바라크의 석방이 그의 모든 혐의가 무죄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무바라크는 시민혁명 기간 시위대 사망에 연루됐다는 일부 혐의를 여전히 받고 있어 오는 25일 이와 관련한 재판이 열린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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