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숨겨진 보석’ 발견할 등불을 밝히자
쿠웨이트에서 발간되는 월간지 <알아라비(Al-Arabi)>는 아랍문화의 구심점이다. 페르시아만에서 아라비아 반도를 잇는 아랍권 20여개국 문화가 흘러 드는 깔때기 구실을 한다. 올해로 창간 55년을 맞은 잡지와 해마다 열리는 ‘아라비 포럼’이 그 집산지이다. 알아라비는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와의 교류와 일체감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알아라비 편집장 슐레이만 이브라힘 알아스카리(Suleiman Ibrahim Al-Askari) 박사로부터 ‘동방을 지향하는 아랍(Arabs heading East)’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동방을 지향하는 아랍
아랍과 중앙아시아, 동아시아는 오래 전부터 육로와 수로를 통해 지리적으로 연결돼왔을 뿐 아니라 경제·문화·사상적으로 아시아, 아랍 각 사회의 생활 곳곳에 상호 영향을 미쳤다. 이제 아랍과 아시아의 관계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활발해졌다. 일본과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산 제품이 아랍 시장을 채우고,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인력이 노동시장에 대거 진입했다. 그런 만큼 이들 아시아 나라들도 아랍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차대전 종전 무렵 중동에 수출하는 일본기업은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700여 곳으로 늘어났다. 이들 기업과 지난 20년 동안 세워진 많은 일본문화원들이 아랍의 종교와 역사, 언어와 문화, 산업과 정치, 도시와 사막지역 곳곳의 생활상을 낱낱이 조사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내 수십개 대학에서 아랍어를 가르치며, 아랍의 정체성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아시아의 중요성은 몇몇 경제수치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세계 인구의 60%을 차지하는 아시아는 평균 경제성장률이 4.5%에 이른다. 세계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해마다 7~8%씩 성장하고, 인도와 일본도 그에 버금간다. 성장률 6.5%인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 1조 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의 금 보유량은 유럽과 미국을 합친 것보다 많고, 천연가스 등 자원 매장량도 세계 최대 규모다.
특히 동아시아 블록은 세계의 균형추로 불린다. 지난 세기말 경제 호랑이(economic tiger)로 떠오른 이 지역은 21세기에도 진보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그 성장동력이 새로 건설된 신 실크로드, 즉 유라시아 철도를 타고 아랍으로 흐르고 있다. 아랍과 아시아는 공통의 현안을 해결해나감으로써 상생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물 문제다. 에모말리 라흐몬(Emomali Rakhmon) 타지키스탄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바 식수 등 물 부족 문제는 여러 나라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에너지 문제도 중요한 현안이다. 석유가 핵심 에너지원이자 상품으로 여겨지면서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있다. 이 문제는 석유공급자인 중동지역에도 막중한 의미를 갖는다.
아시아지역의 석유 소비량은 전 세계의 3분의 1인 하루 3000~3500만 배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걸프협력회의(GCC) 외 아시아지역 생산으로 900만 배럴을 충당한다. GCC와 아시아의 석유 소비국들이 시장 안정과 공정가 형성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협력방향은 학술분야다. 일본과 중국, 한국, 인도의 선진 대학들은 인류발전을 위한 우수한 연구 프로젝트의 보고다. 연구자 교류와 공동 프로젝트가 많이 이뤄질수록 좋다. 환경과 기후변화, 공해처리, 중소기업 발전, 투자 보호 및 장려 제도, 무역규제 폐지 등 협력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피>는 쿠웨이트를 ‘중동의 알라딘 램프’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쿠웨이트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역사적 역할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는 이제 아시아의 보석을 재발견할 뛰어난 두뇌와 강력한 기술, 불굴의 의지로 미래 개척의 길에 마법의 등불이 아닌 현실의 등불을 밝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