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과도정부 ‘새 내각’ 총리 지명

야권 지도자 엘바라데이는 외교담당 부통령

무슬림형제단은 내각 참여 거부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축출 이후 이집트 과도 정부를 이끌 새 총리가 임명되고 나서 새 내각 구성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무르시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새 내각 참여를 거부하고 나서는 등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조각을 책임질 총리에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전문가인 하젬 엘베블라위 전 재무장관(77)을 지명했다고 일간 알 아흐람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엘베블라위는 총리직을 수락하고 바로 야권 지도자와 첫 회동을 가졌다.

애초 과도정부가 총리로 임명하려 했던 자유주의 대표주자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71)은 외교담당 부통령에 임명됐다고 임시대통령 대변인실이 밝혔다.

엘베블라위 새 총리는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된 이후 잠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맡았다가 그해 11월 카이로에서 콥트 기독교인과 정부군의 충돌로 26명이 숨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

경제학자 출신의 엘베블라위는 세속주의 성향의 이집트사회민주당 창당 회원이기도 하다. 사회민주당이 속한 범야권 연합체 구국전선(NSF)은 지난주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로 이어진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했다.

이번 총리 지명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살라피스트 정당 누르당이 만수르 대통령의 총리 내정자를 두 차례나 거부한 뒤 나온 세 번째 지명이다.

반(反)이슬람주의를 기치로 내건 과도정부는 지난주 구국전선 지도자 엘바라데이를 첫 총리로 임명하려 했지만 누르당의 반발에 ‘중도’ 성향의 사회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자 경제전문 변호사인 지아드 바하 엘딘(48)을 내세웠고, 이 역시 거부당하자 엘베블라위를 지명했다.

아직 엘베블라위 총리 임명과 관련한 알 누르당의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엘베블라위 지명이 정부 고위직 임명을 둘러싼 정국 교착 상태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라고 밝혀 과도 정부의 최종 인선임을 부각했다.

이런 가운데 엘베블라위 신임 총리 지명자가 차기 내각에 무슬림형제단 세력을 일부 기용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현지 관영 메나뉴스통신은 대통령실 대변인을 인용 “내각의 일부 자리는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자유정의당 몫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은 즉각 과도 내각 참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무슬림형제단 대변인 타레크 무르시는 “우리는 폭도들과 거래를 하지 않는다”며 “쿠데타에서 나오는 모든 제안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무르시 지지자들과 정부군이 대치 중인 동북부 시나이반도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시나이반도 북부에서는 이날 오전 괴한이 중화기를 동원해 경찰서를 습격하는 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6명이 숨졌다고 보안 당국은 밝혔다.

앞서 이슬람 지하디스트는 시나이반도의 군과 경찰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무슬림형제단과 연계한 반군 무리가 이슬람 시위대를 포위한 정부군을 공격하기 위해 시나이반도로 모여드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들은 지난 2011년 이래 시나이반도 일대 사막지역을 점령한 알 카에다 연계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과 합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카이로에서 전날 벌어진 무르시 지지 시위대와 정부군 간 충돌 과정에서 체포된 수백 명이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8일 카이로 공화국 수비대 본부 앞에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650여 명의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메나뉴스통신이 전했다.

이 통신은 조사 대상자를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보도에서 해당 사태가 “정부군을 향한 무장 테러리스트 그룹들의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위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번 군부의 무력진압을 “대학살”이라고 비판한 것과는 대조된다.

또한 군부는 이슬람주의자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은 이날 국영TV에 출연해 낭독한 성명에서 “이집트 국민은 이토록 어렵고 복잡한 시기에 사회 분열을 조장하거나 권력이양을 해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무르시 대통령의 복권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총리 임명을 지연시키는 살라피스트들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전날 만수르 대통령이 내놓은 ‘과도정부 헌장’에 대해 야권 연합은 처음에 거부했다가 나중에 이를 철회했다.

범야권의 주축을 이루는 구국전선은 애초 이 헌장에 거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뒤늦게 “그 성명을 철회하고 만수르 대통령과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한상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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