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러드, 3년만에 호주 총리 복귀

집권 노동당 대표 경선서 길라드 물리쳐

대중성 높은 러드 복귀로 9월 총선 새국면

케빈 러드(56) 전 호주 총리가 3년 만에 총리직에 복귀했다.

러드 전 총리는 26일 오후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집권 노동당 대표 경선에서 줄리아 길라드 총리를 57대45로 물리치고 새 당 대표로 선출됐다.

형식적으로는 입헌군주제 국가지만 내용상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호주에서는 일정 수 이상의 당 소속 의원들이 청원할 경우 수시로 대표 경선을 실시할 수 있고 집권당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자동적으로 당 대표 겸 총리가 된다.

러드 전 총리의 노동당 대표 겸 총리직 복귀는 2010년 6월24일 당시 부총리이던 길라드가 주도하는 ‘당내 쿠데타’에 의해 총리직에서 축출된 지 꼭 3년 만이다.

자신이 정치적으로 키워준 길라드에 의해 총리직에서 쫓겨난 뒤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와신상담해온 러드는 지난해 2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당 대표 경선 도전을 통해 권토중래를 노렸으나 모두 패하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하지만 9월로 예정된 호주 총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된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 길라드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이 총선에서 참패를 면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면서 러드 전 총리가 당 대표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9월 총선 전 마지막 회기 마감을 불과 3~4일 남겨둔 상황에서 노동당 내 러드 지지파 의원들이 청원을 통해 경선을 요구했고 러드는 2전3기 끝에 당 대표 및 총리직 복귀에 성공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러드가 노동당 대표로 복귀하면서 토니 애보트 대표가 이끄는 연립야당의 압승이 점쳐지던 9월 호주 총선은 새로운 양상을 맞게 됐다.

최근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러드가 당 대표로 복귀할 경우 집권 노동당은 연립야당과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총선 승리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던져줬다.

하지만 러드는 1년 넘게 이어진 당권 투쟁으로 인해 갈가리 찢어지고 분열된 노동당을 결속시켜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러드 신임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노동당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우리가 힘을 모은다면 반드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정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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