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탈레반’, 히말라야서 외국인 살해
현지 가이드도 1명 피살…낭가파르바트 베이스캠프서 발생
반군 “미군의 부사령관 살해 복수…외국인 공격조직 가동”
파키스탄 북부 히말라야 등반가를 위한 베이스캠프에서 경찰복을 입은 무장괴한들이 총을 난사해 등반가로 추정되는 외국인 관광객 10명과 현지인 1명 등 11명을 살해했다고 관리들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파키스탄탈레반(TTP)은 사건 발생소식이 알려진 직후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인정하며 지난달 미군이 무인기를 동원해 탈레반 부사령관을 살해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인이 히말라야 고봉을 오르려고 자주 찾는 이 지역에서 이 같은 테러행위가 발생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가뜩이나 불안한 파키스탄 치안상황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킬 전망이다.
파키스탄 치안당국 관계자는 길기트-발티스탄주의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 베이스캠프에 전날 밤 무장괴한 최소 12명이 난입해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희생자 가운데 신원이 판명된 외국인은 중국인 2명과 중국계 미국인 1명, 네팔인 1명이며 나머지 6명은 아직 확인을 하지 못했다고 길기트-발티스탄주 아타우르 레흐만 내무장관이 말했다.
이슬라마바드 주재 미국대사관 매트 볼랜드 임시 대변인은 사망자 가운데 미국 시민이 1명 끼어 있다며 미국적과 중국적으로 함께 가진 이중국적자인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파키스탄 초우드리 니사르 알리 칸 내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인 5명, 중국인 3명, 러시아인 1명 등 외국인 9명과 파키스탄인 가이드 1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지고 중국인 1명은 부상한 채 구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사망자 숫자가 엇갈린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무장괴한들은 이들 외국인의 돈과 여권을 빼앗고 나서 총질을 해댔다고 현지 관리들은 전했다.
또 무장괴한들은 또 파키스탄인 가이드들을 결박하고 나서 이들의 돈을 빼앗았으며, 그중 한 명이 이슬람 소수파인 시아파라는 사실을 확인하고서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지역이 중앙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도보나 말로 가야 할 정도로 교통 여건이 열악해 치안 당국이 상황을 수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파키스탄 당국은 현장에서 수습한 시신 10구를 C-130 군수송기에 실어 이날 밤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이송했으며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무장괴한들은 당시 파키스탄 국경 경찰대 복장을 하고 있어 정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TTP 측은 사건이 공개된 직후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에사눌란 에산 TTP 대변인은 AP, AFP 통신과의 통화에서 “TTP 분파 중 하나인 주노드 울-히프사(Junood ul-Hifsa)가 벌인 것”이라며 “(미국이) 왈리-우르 레흐만 부사령관을 살해한 데 대한 복수”라고 말했다.
또 에산 대변인은 “미국의 무인기 공격에 대한 우리의 답변”이라며 주노드 울-히프사는 외국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무인기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새로운 분파(wing)라고 덧붙였다.
TTP는 지난달 말 미국 무인기 공격으로 왈리-우르 레흐만을 비롯해 요원 5명이 사망했다며 보복을 다짐해왔다.
중국과 카슈미르 경계지역에 있는 길기트-발티스탄은 낭가파르바트 등산을 위한 출발지로, 등산객 사이에 인기가 높다. 히말라야 산맥 서쪽에 있는 낭가파르바트는 높이 8천126m로, 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높다.
이 지역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파키스탄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분류돼왔다.
다만 최근 들어 이슬람 다수파인 수니파와 소수파인 시아파 간에 무력충돌이 벌어졌다.
지난해 이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 등반대는 90개에 달했으며 그중 90%의 등반가는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스페인, 폴란드, 프랑스 등 유럽국가 출신이다.
파키스탄 당국은 이번 공격행위를 강력히 비난하고 희생자에 대해 애도를 표했지만, 이를 계기로 파키스탄의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안전대책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