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선호 차종…태국 ‘픽업’, 말레이 ‘승용차’, 인니 ‘미니밴’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자동차를 자체 생산한다. 사진은 프로톤의 승용차. <사진=프로톤 홈페이지>

아세안 주요국 자동차 문화

아세안(ASEAN) 시장은 전통적으로 각국별 차급구조가 상이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세안 주요 3국을 보면, 인도네시아는 MPV(미니밴)가 전체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태국은 픽업이 전체 시장의 약 40%이며, 말레이시아는 소형 상용차 중심인 인도네시아, 태국과 달리 승용차가 전체의 66% 가량을 차지한다.

아세안 시장이 나라별로 전혀 다른 차급구조를 갖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가장 큰 원인으로 각국 정부가 각기 다른 차급을 중심으로 추진했던 자동차 보급 확대 정책을 들 수 있다.

우선 아세안 주요 3국 중 가장 먼저 자국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했던 말레이시아의 경우 특정 차급에 대한 우대 세제는 없지만 자국 브랜드인 프로톤과 페로두아의 차량에 한해 부가세를 감면해 줌으로써 두 브랜드의 주력 모델인 소형승용차의 비중이 커지게 되었다.

한편, 자국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았던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특정 차급을 중심으로 자동차 보급 확대 정책을 추진했다. 태국은 배기량 3.25ℓ 이하 1톤 픽업에 대해 승용차나 SUV의 절반 이하 수준인 싱글캡 3%, 더블캡 12%의 소비세율을 적용함으로써 픽업의 가격을 크게 낮췄고, 인도네시아는 1.5ℓ 이하 MPV(해치백 포함)에 대해 동급 세단 및 SUV의 1/3 수준인 10%의 사치세율을 부과함으로써 MPV 보급을 장려했다.

이렇듯 각국별로 상이하게 고착화된 차급구조에도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태국은 픽업, 인도네시아는 MPV가 여전히 최대 차급의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의 변화로 인해 A~B세그먼트의 소형승용차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 소득계층의 변화를 보면,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하위중간층이 볼륨존을 형성함에 따라 저가차 시장이 확대되는 데 비해 말레이시아는 상대적으로 상위중간층이 볼륨존을 형성하면서 중저가차 시장 비중이 커질 것이다.

가구구조에 있어서는 전체적으로 핵가족화가 확산되거나 정착되면서 가족용 승용차에 대한 니즈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지역의 종교적 특성(이슬람의 다산문화)에 따른 영향으로 가구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경우 다인승 소형상용차에 대한 니즈도 여전히 높을 것이다.

한편 공급 측면에서는 태국이 1톤 픽업과 소형승용, 인도네시아가 1.5ℓ 이하 해치백 및 MPV, 말레이시아 가 자국산 1.8ℓ 이하 소형승용의 보급을 장려하는 가운데 주요 업체들이 주요 3국 모두에서 소형승용차의 현지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태국은 2009년 10월부터 총 50억 바트(약 1억7000만 달러)를 투입하여 연비 20㎞/ℓ 이상인 배기량 1.3ℓ 가솔린차 또는 1.4ℓ 디젤차를 자국에서 생산하는 업체에 대해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고 해당 차종 구입 시 기존 30%인 소비세를 17%로 감면해 주는 ‘에코카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이 정책을 벤치마킹하여 2013년 중에 1억 루피(약 1만 달러) 미만 가격대, 연비 20㎞/ℓ의 배기량 1.2ℓ 이하(배기량 1.0ℓ 이하인 경우 연비 22㎞/ℓ)인 ‘고연비 저가 소형차(Low Cost Green Car) 보급 지원 정책’을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는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해 배기량 1.8ℓ 이하 차량에 대한 저세율 부과 정책을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A~B세그먼트 승용차를 중심으로,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C세그먼트 이하 승용차를 중심으로 업체들의 신모델 출시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주요 3국을 중심으로 한 아세안시장은 공통적으로 소형승용차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의 경우 2011년 22.2%였던 A~B세그먼트 비중이 2017년에는 5.9%p 상승한 28.1%로 확대되고, 인도네시아는 같은 기간 A~B세그먼트 비중이 13.3%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 역시 2011년 35.6%였던 A~B세그먼트 비중이 2017년 40.6%로 5.0%p 상승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가 더욱 장기화된다면 이질적인 차급구조로 파편화된 아세안 시장이 유사한 차급 특성을 보유한 동질적인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아세안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의 입장에서 큰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이준호 연구위원>

*위 글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서 발행하는?<자동차경제> 6월호에서 발췌, 정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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