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 “시위는 끝났다”

터키의 반정부 시위가 18일째 접어든 17일(현지시간) 터키 정부가 순수한 시위는 끝났고 불법 시위대도 곧 진압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정부는 경찰로 진압이 부족한 상황이 온다면 터키군도 개입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내놓으면서 시위대 재집결에 강경 대응하기로 했다.

시위대의 주축인 탁심연대는 우리의 요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주요 노총은 이날 하루 동안 정부의 진압을 비판하는 파업을 벌여 정부에 대한 반발은 계속됐다.

다만 경찰이 이번 시위의 중심지인 이스탄불 탁심광장과 앙카라 크즐라이광장을 원천 봉쇄해 구심점이 약한 시위대의 추진동력은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경찰로 부족하면 군이 나선다”…재집결 차단 엄포

뷸렌츠 아른츠 부총리는 이날 터키 방송국 아하베르에서 생중계된 인터뷰에서 환경단체의 시위는 끝났고 나머지 시위대도 곧 경찰에 진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탁심광장 뒤편의 게지공원을 없애고 오스만제국 당시의 포병부대 건물을 재건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시작됐으나 경찰의 강경진압에 따라 반정부 시위로 확산했다.

아른츠 부총리는 “20일 전에 시작한 순수한 시위는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불법 시위대들은 곧 진압되고 법에 따라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불법 시위가 있다면 정부는 중단시켜야 한다”며 “그래서 경찰이 있는 것이며 만약 경찰로 부족하다면 터키군이 임무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는 “경찰은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며 “아무도 경찰에 대해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무아메르 귤레르 내무장관은 이날 2개 노총의 총파업에 대해서도 불법파업이므로 파업에 참여하는 공무원은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혁명적노동조합총연맹(DISK)과 공공노조연맹(KESK) 소속 조합원 1000여명은 앙카라 도심에 모여 크즐라이광장으로 행진하려 했으나 경찰이 광장 진입을 막았다.

귤레르 장관은 또 정부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시위를 선동한 것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혀 온라인에서도 시위대를 옥죄고 있다. 터키 경찰은 이미 트위터에 허위사실을 올려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여러 명을 체포했다.

이밖에 정부는 이날 이번 시위가 외부 세력이 6개월 전부터 세운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음모론도 재차 강조했다.

◇시위대 구심점 약화…대규모 시위는 어려울 듯

이번 시위의 특징은 시위를 주도하는 지도부가 없고 각 단체가 민주적으로 연대에 나선 것이다.

시위대의 주축인 탁심연대는 1980년대부터 결성된 시민단체와 직능단체의 연합으로 이번 시위 과정에서 참여단체가 117개로 늘었으나 외연의 확대로 오히려 구심점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탁심연대의 의사결정은 지도부의 지침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동등한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신속하게 정부에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탁심광장이라는 상징적인 장소를 잃은 것도 시위대로서는 큰 타격으로 종전 같은 대규모 집회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시위대의 다른 특징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시민의 자발적 참여이나 조직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 광장을 봉쇄함에 따라 오프라인 참여가 제한됐다.

이날 2개 노총이 오후부터 하루 일정의 파업에 들어갔으나 조합원 일부만 거리로 나왔으며 시위를 지속할 주체로 전면에 나서는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야당들도 연일 정부를 맹비난하고 시위대를 지지했으나 거리로 나서는 행동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탁심연대는 전날 성명서에서 공원 재개발 반대와 시위대 석방, 경찰 관계자 처벌, 민주적 권리 보장 등을 재차 요구하면서 “인간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투쟁의지를 밝혔다.

터키변호사협회도 경찰의 지난 15일 게지공원 점령 시위대 강제해산을 인권 침해 범죄로 규정하고 유럽의회에 탄원하는 등 국제 문제로 다루기로 했다. <연합뉴스/김준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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