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 게지공원 재개발 국민투표 제안
시위대 대표와 간담회서 제안…이스탄불시민에 한정
탁심연대 “시위대 대표 아니다”·정부 “간담회로 긴장 완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반정부 시위 13일째인 12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국민투표’ 카드를 꺼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앙카라 정의개발당(AKP) 당사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주재하고 시위대 일부와 간담회를 하고서 이번 시위의 발단인 이스탄불 게지공원 재개발 계획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휴세인 젤릭 정의개발당 대변인은 이날 총리와 시위대 일부 대표와의 간담회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총리는 국민의 생각을 알고 싶기 때문에 국민투표란 선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젤릭 대변인은 이 투표는 게지공원 재개발에 한정된 것으로 이스탄불 시민만을 대상으로 투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위대가 재건축을 반대하는 탁심광장의 아타튀르크문화센터는 지진에 위험한 상태이기 때문에 재건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에르도안 총리의 이번 제안을 그의 계획에 대한 지지층이 탄탄하다고 보고 정치적 도박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젤릭 대변인은 또 “터키정부는 게지공원을 이대로 두지 않을 것”이라며 게지공원을 점령한 시위대가 자진 해산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총리와 만난 시위대 대표는 학생과 도시계획과 교수, 건축가, 소셜미디어 전문가, 배우, 영화감독 등 11명이며 게지공원 점령시위를 주도한 탁심연대는 참석자들은 정통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 탁심연대 대변인이 참여했으나 자신만을 대표한다고 밝혔고 정의개발당을 지지하는 시위자 1명이 포함됐다.
탁심연대는 이날 “이번 회담과 관련해 연락을 받지 않았으며 총리가 만날 그룹들은 시위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으며 그린피스 등 일부 활동가들은 참여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나 베키르 보즈다 부총리는 정부가 시위대 대표들과 만나기로 함에 따라 이번 시위의 긴장이 완화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보즈다 부총리는 또 “일부 시위를 선동하려는 일부 단체들이 있다”며 “그들은 계속 선동하겠지만 국민의 상식이 선동 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방해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의개발당이 오는 15, 16일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 개최할 예정인 대규모 집회가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적 행사가 될 것”이라며 일정을 취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날 새벽까지 격렬한 대치를 벌이며 진압했던 이스탄불 탁심광장은 별다른 충돌이 없는 평온한 분위기였다.
시위대는 광장 뒤편 게지공원에서 점령 시위를 이어갔으며 광장에 주둔한 경찰도 축구를 하거나 쉬면서 하루를 보냈다.
이날 광장에 있던 경찰이 인근 건물에서 떨어진 목재에 맞아 다치자 가까이 있던 시위대가 들것에 실어 응급조치를 하고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간호해주는 장면도 연출했다.
변호사 2천여명은 이날 이스탄불 지방법원에 모여 경찰이 전날 법원에서 지지 시위를 하던 변호사 60여명을 강제로 연행한 것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김준억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