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반정부시위 나흘째…사망자 발생
시위대 덮친 차량에 청년 1명 사망
터키 공공노조 항의 파업…터키 증시 10.5% 폭락
지난달 31일부터 터키 전역으로 확산한 반정부 시위 나흘째인 3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공식 사망자가 발생했다.
터키의 공공노동조합연맹도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하고자 4~5일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혀 시위가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이번 반정부 시위의 시발점이 된 이스탄불 탁심광장의 게지공원은 시위대가 ‘게지공원 점령'(Occupy Gezi) 시위를 일주일째 이어갔다.
지난 1일 오후 경찰이 탁심광장에서 철수함에 따라 이스탄불의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하지는 않았으나 한 차량이 시위대를 덮쳐 청년 1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터키의사협회는 이스탄불 윰라니예 지역에서 한 차량이 멈추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시위를 벌이던 사회주의연대회원들을 들이받아 메흐메트 아이발르타쉬(20)씨가 숨졌다고 밝혔다.
터키의 좌파 해커그룹인 레드핵은 이날 성명에서 아이발르타쉬가 회원이라며 이번 사고는 파시스트가 고의로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탁심광장의 시위대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퇴진과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며 광장을 행진했다.
오후가 되면서 퇴근한 직장인 등이 시위에 가세해 탁심광장은 시위대의 해방구를 방불케 했다.
대학생 벤기스씨는 “정의개발당이 그동안 국민의 자유를 억압했기 때문에 이곳 탁심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며 “자유를 요구하는 우리의 주장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수도 앙카라에서도 이날 오전부터 도심 크즐라이광장에서 대학생을 중심으로 시위대 1천여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이 최루탄을 쏘면서 진압에 나서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반정부 시위와 관련한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터키 시위를 지지하는 글도 부쩍 늘었다.
경찰이 이번 시위를 과잉진압하면서 국제 사회의 비난이 쏟아지자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는 터키 대통령이 중재에 나섰다.
압둘라 귤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가 시위대의 의견을 접수했다며 시위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이틀 일정으로 아프리카 순방에 나서면서 시위대를 극단주의자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해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아 시위대의 반발을 샀다.
터키의 공공노조연맹은 4일 정오부터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항의로 한시 파업에 들어가며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 리본을 달기로 했다.
11개 조합의 25만여명이 가입한 이 연맹은 “전국적으로 일어난 시위에 국가가 테러를 했다”며 “정의개발당 정부가 민주주의에 대한 적대감을 다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애초 공공부문 노동법 개정에 항의하고자 파업을 예정했으나 이번 시위로 일정을 당기고 투쟁 목표도 ‘터키의 민주주의’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에르도안 총리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며 압둘라 귤 대통령과 사태 해결을 논의할 회담을 제안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이날 이스탄불 증시는 10.47% 폭락했고 터키리라(TL) 환율도 유로당 2.35TL에서 2.46TL로 상승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터키 경찰의 과잉 진압과 관련한 뉴스를 접했다면서 “많은 사람이 다친 것이 크게 우려된다”며 경찰과 시위대 양측에 폭력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이준억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