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섭씨 50도 혹서에 단전·단수까지
대도시 하루 10시간·시골 최장 22시간 단전…항의시위도
“매일, 전기가 들어오는 몇 시간 동안만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파키스탄 펀자브주 카리안 타운에 위치한 소규모 대리석 공장을 운영하는 말리크 아완은 50℃에 육박하는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실의에 잠겨 있다.
4년 전에는 종업원 25명을 뒀으나 공장에 전력공급이 제대로 안되면서 이젠 고작 6명으로 공장을 돌리고 있다.
그럼에도 전력난 탓에 종업원들은 일하는 시간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더 많다.
아완은 “전력사정이 이러면 몇 명 안되는 종업원 월급도 줄 수 없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요즘 파키스탄에서는 전력난으로 인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도시에는 하루에 최소 10시간 전력공급이 안되고 시골지역 단전시간은 최장 22시간에 달한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28일 전했다.
지난주부터 기온이 갑자기 올라 일례로 동부도시 라호르의 기온은 48℃를 기록했다. 이렇게 되자 파키스탄인들은 곳곳에서 거리로 뛰쳐나와 정부 당국에 항의하고 나섰다.
시위 참가자들은 타이어를 태워 교통을 차단하거나 전력회사 직원들에게 돌을 던졌다.
의사와 간호사도 병원 밖으로 나와 깨끗한 물을 확보하지 못해 수술마저 취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대학생들은 불을 밝히기 어려운데다 푹푹 찌는 날씨 때문에 시험공부를 할 수 없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시신보관소 직원들은 부패를 막으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부자들도 하소연한다. 전기공급이 안될 경우를 대비해 마련한 고가의 비상발전기를 너무 많이 돌리다 보니 발전기에 무리가 가거나 고장이 난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에어컨을 끄고 양말을 벗고 근무하도록 지시했다.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불편을 초래하는 전력난의 원인은 다양하다.
발전용량 부족, 낡은 발전소 시설 및 송전선, 20∼30%에 이르는 도전(盜電)율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파키스탄인이 전기요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부처는 물론 돈 많은 정치인, 슬럼가 주민 등이 전기요금을 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발전 당국은 50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 때문에 발전소 가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다 보니 파키스탄 국민은 북서부 지역에 거점을 두고 준동하는 파키스탄탈레반(TTP)보다 전력사정을 더 ‘무서워’ 하는 상황이다.
제1야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의 나와즈 샤리프 총재가 최근 치른 총선에서 압승한 데는 그의 전력난 해소 공약이 단단히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완은 “샤리프가 전력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그에게 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인 출신인 샤리프는 여타 정치인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현재 연정을 구성중인 샤리프 총재는 지난주 자국을 방문한 리커창 중국 총리에게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지원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전통적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전문가들은 누구나 전력난 원인을 아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샤리프 정부가 과단성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잘라 말했다. 샤리프가 결단을 내려 자신을 지지해준 부자 등 영향력 있는 사람들부터 전기요금을 내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