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D-30…탈출하는 사람들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호주로 항해하던 이란인 약 100명이 인도네시아 영해상에서 체포돼 12일(현지시간) 발리의 베노아항에 억류돼 있다. 인도네시아 해경(푸른제복)이 배 위에서 이들을 감시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호주로 항해하던 이란인 약 100명이 인도네시아 영해상에서 체포돼 12일(현지시간) 발리의 베노아항에 억류돼 있다. <사진=AP/뉴시스>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뒤 선출될 이란의 차기 대통령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특히 서방 제재로 이란 경제의 ‘몸살’이 이어지면서 갈수록 커지는 서민들의 생활고는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당면 현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서방 제재는 우선 이란 외환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석유 부문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270만 배럴로 전년 362만 배럴보다 25% 감소했다. 이에 따라 OPEC내 2위 원유 생산국이던 이란은 4위 생산국으로 떨어졌다.

석유 수출량은 더욱 줄어 지난 1월 이란의 석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100만 배럴로 2011년 말(220만 배럴)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란의 석유 수출에 따른 수입도 400억 달러 이상 줄었을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추산했다.

석유 수출 감소는 외환 수입 감소에 따른 리알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월 달러당 약 1만3천리알이던 시장환율은 원유 금수와 국제금융 거래 제한 등 서방 제재 강화 이후 계속 올라 지난 3월에는 약 3만5천리알을 기록했다.

리알화 가치가 15개월 만에 ⅓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9월 외환거래소를 새로 개장하는 등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달러 선호 현상 등으로 리알화 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리알화 가치 하락으로 치솟은 수입 물가는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했다.

최근 이란 정부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최근 1년간 이란의 물가상승률은 30.55%로 드디어 30%를 넘어섰다.

지난 한 해 물가상승률도 이란 정부는 27.4%라고 발표했으나 실제 체감 물가상승률은 50∼200%에 달한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전언이다.

물가 상승으로 정부의 저소득층에 대한 빵과 쌀, 설탕, 식용유 등 필수 식품 지원 규모는 줄어들 전망이다.

수입 물가가 치솟으면서 의약품을 사기도 어려워졌다. 병원들은 암과 당뇨 등의 치료제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업률은 2011∼2012년 2년 연속 12%를 웃돌았다.

그러나 이는 공식 발표치일 뿐 실질적인 실업률은 2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리알화 가치 하락에 따른 고통은 서민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일부 가전업체 등은 수입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이 커져 수혜를 보기도 했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했다.

특히 부품의 약 85%를 수입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는 큰 타격을 받았다.

이란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이란 3대 자동차 제조사의 생산량은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로 73만3천995대를 기록, 2011년 138만3천397대에 비해 50% 가까이 감소했다.

물론 적자 예산을 메우기 위한 통화 공급 확대와 새로운 보조금 정책 등 이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리알화 가치 폭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난 해결을 위해서는 서방 제재의 해제 또는 완화가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대선 계기로 이란 지도부 강경 입장 선회 가능성

문제는 핵 문제에서 서방에 양보하면 스스로 정당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란 지도부가 쉽게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작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가 이란 지도부가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선회할 하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헌법의 3선 연임 제한 규정으로 출마하지 못한다. 대통령이 무조건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물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정책 노선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에스판디아르 라힘 마샤에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사표를 던지기는 했다.

그러나 그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아마디네자드 사이의 과거 권력투쟁에 관여한 바 있어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 심사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마샤에이가 대선을 끝까지 치른다고 해도 중도·개혁연합의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나 하메네이가 지지하는 다른 보수 진영 후보에 밀릴 공산이 크다.

막판에 유력 후보로 떠오른 라프산자니는 실용적 중도 보수 성향으로 1989∼1997년 대통령을 역임한 정치 거물이다.

그는 2009년 대선 당시 개혁파 후보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를 지지하면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지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로부터 멀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라프산자니가 하메네이가 장악한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 자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라프산자니가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지난 11일 막판에 출사표를 던진 것 자체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로부터 암묵적 동의를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라프산자니는 1주일 전까지만 해도 하메네이의 동의 없이 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하메네이는 1989년 당시 대통령이던 라프산자니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에 최고지도자로 선임되는 ‘정치적 빚’까지 지고 있다.

2009년 대선 당시 하메네이와의 충돌 이후에도 라프산자니가 이란 최고지도자의 임명·해임권을 지닌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의장과 국정조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건재를 과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도파의 라프산자니가 개혁파를 결집, 대통령이 된다면 서방 제재의 해제나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핵개발 관련 이란 정부의 태도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 조지메이슨대의 샤울 바크하쉬 교수는 “라프산자니는 단순한 실용주의자를 넘어 ‘문제 해결사’의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그가 대통령에 당선돼 하메네이의 동의를 얻는다면 미국-이란 직접대화, 서방 제재 해제, 이란 내 투자 환경 개선 등의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하메네이를 추종하는 보수파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강경 일변도의 핵개발 정책에 일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난의 책임을 물을 ‘희생양’ 아마디네자드가 물러남에 따라 하메네이도 더는 경제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강경한 대외정책을 고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 현지의 한 외교관은 13일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와 관계없이 오는 8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핵협상에 나서는 이란 대표단의 태도에 최소한 ‘한 클릭’ 정도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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