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차대전 승전기념 군사퍼레이드
군인 1만여명, 첨단 무기ㆍ전투기 붉은광장서 위용 과시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8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10시부터 시작된 퍼레이드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을 비롯한 정부인사들과 2차 대전 참전용사, 초청 인사 등이 참석했다. 퍼레이드는 군대 분열식과 군사장비 이동, 전투기 비행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퍼레이드에 앞선 기념사에서 “우리는 바로 러시아가 히틀러의 반(反) 인륜적이고 오만한 피의 계획을 무너뜨리고 그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막았다는 사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러시아가 세계 안보와 전쟁 억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이어 지상군, 공중-우주군, 해군 소속 군인들과 내무부 산하 내무군, 비상사태부 및 연방보안국( FSB) 소속 군인, 군사학교 사관후보생 등의 분열이 시작됐다. 약 1만 1천여명의 군인들은 지상군 사령관 블라디미르 치르킨 대장의 지휘에 따라 자로 잰 듯 열을 지어 힘차게 광장을 행진했다.
곧이어 러시아가 자랑하는 100여대의 각종 군사장비와 무기가 선보였다. 장갑차와 탱크는 물론 최첨단 지대공 미사일 S-400, 전술 미사일 이스칸데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M’ 등이 위용을 과시하며 광장을 지나갔다.
지상에서의 무력 과시 순서가 끝나자 전승 68주년을 의미하는 68대의 각종 전투기가 차례로 붉은광장 상공을 날며 공중 전력을 뽐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장거리 수송기인 안토노프(An)-124, 공중 정찰기 A-50 등에 이어 핵무기를 실어나르는 장거리 전략 폭격기 투폴레프(Tu)-95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호이(Su)-34, Su-27, 미그(MiG)-29 등의 전투기 10대로 이루어진 편대와 Su-27, MiG-29 9대로 구성된 편대가 각각 삼각형 모양의 열을 지어 하늘을 가르는 장관도 연출됐다.
하늘의 쇼는 Su-25 공격기 6대가 흰색, 청색, 적색 등 3색의 연기를 내뿜으며 비행하면서 러시아 국기를 형상화하는 순서로 끝이 났다. 이어 군사행진곡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군사 퍼레이드도 막을 내렸다. 이날 저녁 10시에는 시내 곳곳에서 승전 기념 불꽃놀이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날 모스크바와 함께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한 전국 23개 도시에서도 승전 기념 군사 퍼레이드가 열렸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국 24개 도시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 모두 3만8천명의 군인이 참가했으며 850여대의 군사장비 및 무기가 동원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매년 붉은광장에서 승전 기념 행사를 열며 군사 강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최초의 승전 기념 군사 퍼레이드가 열린 건 나치 독일이 패전한 직후인 1945년 6월 24일이었다.
이후 간헐적으로 개최됐던 퍼레이드는 1996년부터 연중 행사로 열리고 있다. 한동안 군인들의 분열식 만으로 한정됐던 행사에 2005년부터 전투기가 참가했고 2008년부턴 군사장비와 무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