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최초 정치풍자가 ‘바섬 유서프’…”어두운 시대, 웃음의 아이콘”

“거침없는 그를 주목하라”…이집트 정치풍자쇼의 아이콘 ‘바섬 유서프(Bassem Youssef)’

정치나 사회를 풍자한 그림이나 카툰은 전 세계에 무수히 많다.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그렇지만 아랍권에서 정치를 풍자하는 카툰은 별로 없다.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튀니지에서는 유명한 정치인과 닮은 꼭두각시 인형이 나오는 짧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또 ‘로직(The logic)’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결국 두 프로그램 모두 종영됐다.

이집트에서 그런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마무드 아잡(Mahmoud Azzab)이 진행하는 ‘아잡 쇼(Azzab Show)’나 아메드 아담(Ahmed Adam)이 진행하는 ‘바니 아담 쇼(Bany Adam Show)’ 정도가 있는데 대부분은 예술가들에 대한 풍자를 다루고 있지 정치적인 내용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검열에서 걸리곤 했다. 즉 좋은 프로그램으로 정착할 수 없었다.

호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독일, 필리핀, 러시아, 싱가포르,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남아프리카, 영국, 터키 등 대부분의 나라들에 정치 풍자 프로그램이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언론의 자유가 더욱 보장되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 풍자 프로그램 진행자는 심지어 대통령을 게스트로 초대해놓고 비꼬거나 비판하는 일도 있다. 실제로 존 스튜어트(Jon Stewart)가 ‘데일리 쇼(The Daily Show)’라는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렇게 한 적이 있다.

이집트에서 이같은 일은 완전히 불가능하다.?’프로그램(The Program)’이라는 정치풍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바섬 유서프(Bassem Youssef)는?존 스튜어트처럼 되고 싶지만, 여전히 이집트 언론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사람들이 아직도 그런 정치 풍자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안다.?바섬 유서프의 프로그램이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풍자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했다.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쇼의 역사를 한번 보자. 그는 유튜브를 통해 보여준 그의 이전?’쇼’에서?그가 유럽과 미국에서 오랫동안 심장외과 전문의로 활동했으며, 2011년 1월25일 이집트혁명이 발생하면서 의사로서의 삶은 바뀌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39살 의사였던 유서프는 당시 이집트 언론들의 보도를 참을 수 없었다.?그는?카메라 하나밖에 없던 그의 단칸방에서 수많은 유튜브 영상들과 이집트 혁명 사진들을 보여주며 기존 언론에 반대하는 자신의?의견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언론에 대한 그의 지식은?많은 이집트 사람들과?각국의 쇼를 보는 것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가 유튜브를 통해 방송한 프로그램은 수백만명의 시청자를 끌어 모았다. 이것은?훗날 새로운 쇼를 시작하기 위한 모태가 됐다.

방송국들은 그를 알아채고 텔레비전에 출연할 것을 제안했는데, 아랍권에서 이런 일은 바섬 유서프가 처음이다.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갔고, 쇼의 공식 명칭인 ‘프로그램(The Program)’은 지금까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켜본 쇼 중 하나가 됐다.

바섬 유서프는 그 자신이 스스로 하나의 브랜드가 됐으며, 사람들은 그를 ‘이집트의 존 스튜어트’라고 불렀다. 그가 그렇게도 존경하고, 또 자신이 만든 쇼의 아이디어를 얻게 된 바로 그 사람 말이다.

이후 바섬 유서프는 그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뉴욕의 라디오시티를 새로 꾸민 ‘시네마 라디오’의?CBC 채널로 옮겨서 ‘프로그램’의 두 번째?시즌을 진행했다.

방청객 없이 짧은 시간 동안 일주일에 3회씩 방영하던?첫 번째 시즌과 달리 두 번째 시즌은 일주일에 한번씩이지만 시간을 늘여서?다양한 분야를 다뤘다.?방청객이 있는 정치풍자 프로그램으로서는 아랍권에서 최초였다. 프로그램 내용도 재즈에서 스탠드업 코메디까지 다양해졌고 대담해졌다. 결국 전체 연령대에 적합하지 않아 성인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바뀌었다.

쇼를 진행하는 방식도 달라졌는데, 야외 촬영도 있었고, 다양한 의상을 바꿔 입었으며, 유서프의 역할도 그때그때 달라졌다. 다른 쇼처럼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모두 있었는데, 처음에는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었고, 동시간대 다른 프로그램 팬들만이 오직 그 프로그램을 싫어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두번째 시즌에서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hood)이 정권을 잡으면서 유서프가 그들을?비판하기 시작했고,?지지자들을 많이 잃게 됐다. 유서프는 무슬림 형제단의 실수나 연설 등도 공격했는데, 이들의 반발은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CNN, BBC,?JSC 등 방송사와 가디언(Guardian) 등 세계 유수 언론매체들에 소개될 만큼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부정적인 반응은 다양했는데, 유서프를 동성애와 신성모독 등으로 비난하는가 하면, 대통령을 비판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무슬림 형제단은 그를 신성모독죄로 비난하며 그를 여성에 비유하기도 했다. 여전히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지만, 이러한 많은 논란들은 대통령이나 집권당 풍자에 익숙하지 않은 아랍권 사회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유서프는 미국에서 자신의 우상이기도 한 존 스튜어트를 만났다. 존을 만난 자리에서 유서프는 “존 스튜어트는 나의 롤모델입니다!”라고 말했다. 존은 유서프의 프로그램과 스태프들을 격려했다. 방미 중 유서프는 미국에 있는 아랍인들이 어떻게 적응해서 살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아랍 속 미국’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이제 아무도 바섬 유서프가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이제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미지가 됐고, 그 덕분에 아랍사회에서도?정치 풍자쇼를 진행하는게 가능한 일이 됐다.?지금도 유튜브를 들어가보면 그의 쇼를 따라한 영상이 60개 정도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그는 가장 어두운 시대에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문을?연 사람이다.

하지만 최근 불행하게도 유서프는 ‘이슬람 모독’과 ‘대통령 모독’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며, 2000달러를 주고 풀려났다. 수사를 받는 동안 유서프는 수사관들을 비웃을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집트 모르시 대통령이 썼던 모자를 조롱했던 그는 그 모자를 쓰고 재판에 나왔다. 한 공무원이 자신과 사진을 찍자고 하자 “이래서 날 불렀나봐요, 그렇죠?”라며 트위터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유서프는 그곳에 있는 수많은 지지자들을 보고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더 많은 일을 해오며 여러분의?지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답니다.”

비록 바섬 유서프는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 공판 직후 CNN에서 재판 이야기까지 했지만, 또 다른?수사가 남아 있다.?이에 대해 유서프는 “그들은?분명 저를 감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다 고갈시키려는 것 같아요”라고 트위터에 남겼다.

유서프는 포기하지 않았고, 다음 방송도 문제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사람들은 더 많은 언론의 자유를 원하게 될 것이다. 유서프처럼 대통령이나 야당의 공격을 당하는 많은 정치풍자 쇼들이 생기겠지만, 지금 이집트인들은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 지지자이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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