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설] ‘공사 구분력’을 아시나요?
필자는 국방부 출입기자 시절(1993.1.25~1994.6.30) 군인들한테 특히 강하게 배어있는 두 가지 장점을 배웠다.
하나는 사생관(死生觀)이 어느 집단보다 뚜렷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强將 밑에 弱卒 없고 약장 밑에 강졸 없다”는 사실이다.
22일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마침내 사퇴하고 김관진 현 장관이 유임된 사실이 필자에게 20년 전 기억을 되살려 줬다.
김영삼 정부 초기 유행하던 말이 몇 개 있다. 이른바 ‘伏地不動’ 시리즈다. 초기 YS정부의 司正 정국에서 숨죽여 있던 정치인, 관료를 빗대서 나온 복지부동(땅에 엎드려 꼼짝 안한다는 뜻)에서 伏地眼動(땅에 찰싹 엎드려 눈만 이리저리 굴린다는 뜻), 身土不二(땅에 착 붙어 아예 움직이지도 않는다는 뜻) 등이 회자됐다.
또 하나 있다. “머리는 빌려도 건강은 못 빌린다”는 YS가 즐겨 쓴 ‘인사가 만사’란 말이다. 그 자신 아들(김현철)의 정치간여로 임기 중 아들이 구속되는 첫 대통령이란 불명예 기록을 안게 됐지만.
22일자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실패를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총체적 부실인사에서 박 대통령이 배울 것’이란 제목 아래 “지금껏 낙마자만 11명…역대 최악 사례/ 국민소통 부재, 인선배경 설명도 없어/ 나 홀로 인선 등 인사시스템 개선해야”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총체적 부실 인사에서 박 대통령이 배울 것 ▶원문 링크
한겨레는 “인사의 전 과정, 즉 사전조사와 검증, 여론수렴, 낙점, 사후 대처 등 어느 것 하나 매끄러운 게 없다. 문제투성이의 엉뚱한 인사들을 발탁해 놓고 여론의 질타가 쏟아져도 오불관언으로 버텨왔다. 부실, 불통, 오만으로 인한 인사 참사는 박 대통령의 이른바 ‘나홀로 인사’ ‘수첩 인사’ 때문이란 이야기가 여권에서조차 공공연하다”고 썼다.
[한겨레] 박 대통령, 잇단 인사 실패에서 교훈 얻어야 ▶원문 링크
군인에겐 뚜렷한 사생관이 요구된다면 요즘 고위 공직에 오르려는 이들에겐 公과 私를 분명히 가릴 수 있는 공사 구분력(公私 區分力)이 절실한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글=이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