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신도와 더 가까이”

‘청빈한 교황’으로 알려진 새 교황 프란치스코가 연일 소탈한 모습을 보이면서 파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공식업무 첫날인 지난 14일 일정을 마친 뒤 전용차를 극구 사양한 채 다른 추기경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교황은 콘클라베 기간 동안 자신이 묵었던 호텔에 들러 직접 짐을 챙기고 숙박비도 지불했다.

12억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교황에게는 그에 걸맞는 의전이 뒤따른다. 공식 일정을 소화할 때 방탄처리된 세단이 제공되며 방 10개짜리 펜트하우스에 머물며 스위스 호위병의 경호를 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려 300명이 머물 수 있는 교황을 위한 공간은 자신에게 필요없다며 거부했다. 수백년 간 이어온 예우라는 점에서 이런 전통을 깨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가난한 자들을 위한 삶과 청빈을 강조한 성 프란치스코를 즉위명으로 선택한 새 교황은 이런 격식이 오히려 거북한 듯하다.

그는 또 아르헨티나인이 교황으로 선출된 데 고무된 고국의 신자들에게 자신의 즉위 미사에 참석하기 위한 로마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신 그 여행 경비를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자선단체에 기부하라는 것이다. 그는 또 선출 후 첫 미사를 집전하며 “가톨릭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청빈’한 삶이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동할 때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로마에 갈 때도 이코노미석을 탔다. 그만큼 소박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해온 것. 그는 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대성당 옆 대주교 관저가 아닌 평범하고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젊은 교황이 나오리라는 예상을 깨고 그가 새 교황으로 선출된 것은 이런 소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품성이 좋은 평가를 받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군부의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침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교황 프란치스코의 이런 검소한 삶은 가톨릭 교회에 변화에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탈리아 언론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러한 소박한 파격 행보에 대해 “축제(carnival)는 끝났다. 이와 함께 제왕적 교황의 시대도 끝났다”고 말했다.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힘든 일을 몸소 실천하는 새 교황이 진정으로 가톨릭 신앙을 부흥시키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만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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