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 교황’ 프란시스코…몸에 밴 검소함이 오히려 ‘파격’
‘청빈한 교황’으로 불리는 교황 프란시스코는 첫날 공식 업무에서부터 겸손하고 소탈한 면모를 드러냈다.
1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소식통에 따르면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날 성마리아대성당 방문에 앞서 콘클라베에 들어가기 전에 묵었던 호텔에 들러 숙박료를 직접 계산하고 자신의 가방을 건네받았다.
예전 교황들이 바티칸에서 기다리면 교황청 관계자들이 모든 뒤처리를 담당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으로 파격이라는 게 바티칸 관계자들의 평가다.
성마리아대성당 방문 사실도 현지 관계자들에게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성당 도착 10분 전에야 통보했고, 교황 전용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으로 이동했다.
프란치스코는 전날 교황에 선출되고 나서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낼 당시 교황의 위엄을 나타내는 붉은 망토를 걸치지 않았다.
이어 이날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교통편도 교황청이 마련한 교황 전용차를 마다하고 다른 추기경들과 함께 버스에 탑승했다.
그는 로마에 와서 종종 홍색과 자주색의 추기경 복장 대신 수수한 검정색 예복을 착용했다. 본인의 추기경 복장도 전임자가 쓰던 것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검소한 것뿐만 아니라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미덕을 드러냈다.
전날 콘클라베가 끝난 후 다른 추기경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하느님은 (나를 선택한) 여러분을 용서하실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오늘 결정을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자신이 교황직을 맡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교황에 선출되고 나서 신자들과 만나 축복을 전하는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바티칸시와 전 세계에게)에서 “내 동료 추기경들이 거의 세상의 끝으로 간 것처럼 보인다”고 농담을 던진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교황은 축복을 전하면서 `교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로마 대주교’라는 표현을 썼다.
교황도 하나의 교구장으로 다른 지역의 교구장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교황청과 지역 간, 사제와 평신자 간에 거리를 줄이고 가톨릭의 결속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 후 가장 먼저 손수 언론인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눴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탈리아 언론들에 따르면 월간 가톨릭의 전직 편집국장 스테파니아 팔라스카는 “아들이 전화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교황께서 직접 건 전화였다”며 “우리 가족은 무의식중에 ‘추기경님’ 대신 ‘신부님’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을 지내면서도 버스를 타고 다녔으며, 대주교 관저 대신 작은 아파트에서 사는 등 청빈한 삶을 실천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아르헨티나 가톨릭을 대표하는 신분이었음에도 그는 매일 아침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제들의 전화를 직접 받아 불만이나 건의 사항을 듣고 공책에 기록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