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EU 가입 수난史
에르도간 총리, EU 비난하면서도 가입 간절????
터키는 EU회원국이 될까. 터키의 EU가입은 당위적인 문제로 비춰졌으나 EU의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터키의 중동 교역이 늘면서 굳이 회원국이 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 진영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그 밑에는 ‘수십년간 해온 짝사랑, 더 이상 자존심 상해서 못하겠다’는 감정이 깔려 있다.
터키는 전통적으로 유럽경제와 매우 활발한 교류를 해왔지만 최근 들어 달라지는 양상이다. 2000년도 터키의 대EU 교역비중은 56%에 달했으며 2005년까지도 56%를 유지했으나 그 후 점차 낮아져 2010년 이후 46%로 10년 전에 비해 10% 포인트가 낮아졌다. 반면, 중동지역의 교역비중은 2000년에 8%에 불과했으나 2010년에는 22%로 증가했다.
터키와 아랍권 매체인 <알모니터>는 14일 앙카라에서 열린 터키-EU 의회 미팅에서 터키의 세밀 시섹 의회 대변인이 “우리는 EU의 정회원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지 그 외 다른 지위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에 EU 가입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뭔가 있다면 터키가 계속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기서 다른 지위라 함은 ‘특별 협력국’을 말한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이 원하는 방식이다.
터키의 협상대표 에지멘 배지스는 같은 메시지를 강조해서 보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리아 우멘 루이텐 EU 서기는 “EU를 비난하는 것은 EU 의회 및 회원국과 건설적인 대화 방법이 아니다”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렇지만 터키 정부도 EU의 행태에 대해 끊임없이 실망을 표현하고 있다. 2012년 9월, 터키의 장관은 독일을 방문해 EU의 회원국 가입지지를 분명하게 밝히며 계속 억지를 부릴 시에는 가입포기를 선언했다.
지난주 프라하를 방문한 에르도간 총리 역시 “EU는 우리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고 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터키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터키가 EU를 가입하는 것은 필수사항이 아니며, 2013년까지 가입국이 되지 못하면 상하이협력기구(SCO)나 아세안으로 돌아서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EU 가입만이 능사 아니다” 회의론에 힘 실려????
그러나 에르도안 총리의 발언은 실제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보다는 기다림에 지친 엄살, 체면좀 세워달라는 제스처로 여겨진다. 실제 에르도안 총리는 임기 초부터 EU가입만이 터키의 희망이라고 반복적으로?강조해왔다.
이에 반해 EU의 멤버가 되는 것이 터키에게 중요한 것인지?진지하게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EU의 정회원이 되기 위해 노력한 50년간 아무 소득 없이 지나갔고 열정마저 사라졌다.
그들은 EU를 오래된, 저물어 가는 대륙인 동시에 여전히 속물주의로 가득차 터키를 종교적으로, 민족적으로, 태생적으로 다른 국가로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에이칸 에르드미르 국민공화당 대표는 <알모니터>와 인터뷰에서 “국민의 60% 이상이 불과 몇 년 전까지 터키의 EU멤버가 되는 것에 호감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국민의 4분의3은 터키가 정회원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EU가 터키를 비난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들이 제시한 민주주의, 인권, 자유, 기본 권리 등 모든 기준을 충족했지만 터키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는 우파 유럽 정치인들에게 여전히 부정적으로 비춰진다”며 “우리가 계속 여기에 붙잡혀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알모니터>의 툴린 달로글루 터키 전문 칼럼니스트는 “나라를 구했다고 생각하는 에르도간 총리는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총리가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총리가 정말 터키를 EU 회원국으로 만들기를 원한다면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고 건설적인 대화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터키의 EU 가입사
터키는 1923년 공화국 수립 이후로 ‘유럽 편입’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왔다. 교역의 절반 이상이 유럽과 이뤄지고 있고, 유럽에 대한 동경, 지리적 특성이 부합됐기 때문이다. 터키는 1960년 유럽경제공동체(EEC, European Economic Community) 준회원국으로 가입했고, 1987년 유럽공동체(EC, European Community) 정회원국으로 가입 신청을 했다. 1996년 EU는 터키와 관세동맹을 맺고, 본격적으로 터키를 회원 후보국으로 인식하며 터키도 EU 가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터키 국회는 2002년 8월 사형 폐지, 쿠르드어 방송 및 교육 허용 등 가입 협상 개시 조건으로 유럽연합이 제시한 인권보호 및 민주개혁 요청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EU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2004년 12월 17일 EU 정상회담에서 터키는 드디어 EU 정회원 후보국의 지위를 획득했다.그러나 유럽연합 가입 협상을 2005년 10월 3일부로 시작하되, 정회원 가입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정회원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더불어 터키 정부가 터키인의 자유 왕래, 인권 및 민주화에 역행할 경우 협상을 중단하며, 협상이 실패하면 터키에게 회원국에 준하는 별도 지위를 부여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결정문을 발표했다. EU는 2006년 이후 매년 발표되는 터키의 EU 가입 진전보고서에서 터키의 전반적인 개혁 노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으나 사이프러스 문제, 언론의 자유 및 군부의 정치 개입 문제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이프러스 섬은 그리스와 터키 사이에 위치한 섬으로 현재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독도, 중국과 일본 간의 센카쿠 열도와 유사하다. 2007년 터키는 2013년까지 EU에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EU대표는 “이는 시기상조이고 적어도 2021년까지는 지켜보아야 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리스 등 일부 국가는 터키의 가입으로 8000만 이슬람 문화권의 급작스러운 유입과 상대적으로 젊은 노동인구가 EU시장에 진출함으로 겪을 수 있는 자국의 이해관계를 저울질하는 입장이다. |
<글=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