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100번째 분신 “중국서 독립 원해”
메아리 없는 외침에 회의론도…중국은 강압책 지속
티베트의 독립과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요구하며 분신한 티베트인이 100명을 기록했다.
지난 4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내놓고 항거했지만 중국 정부는 꿈적하지 않고 있다. 분신을 사주하면 중벌로 다스리겠다며 강압책을 펴고 있다.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극단적인 선택인 분신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지만 힘없는 티베트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분신밖에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20대 수도승 또 분신…100번째
13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21세의 티베트 수도승 1명이 또다시 스스로 몸을 불살랐다. 수도승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위독한 상황이다.
목격자들은 이날 오전 8시20분께 한 수도승이 스스로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렀으며 쓰러지기 전까지 중국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고 증언했다.
달라이 라마 사무실 대변인은 AFP 통신에 “이번이 100번째 분신 시도”라고 확인하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이후 이처럼 분신을 선택한 티베트인이 꼬박 100명. 이 가운데 83명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들이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중국의 강압 통치에 항의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국제 사회에 전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롭상 상가이 티베트 망명 정부 총리는 “언론의 자유도 없고 저항 수단도 없어 분신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를 비난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네팔의 한 티베트 활동가는 분신을 “티베트인들의 자유를 위한 투쟁과 희생”이라고 표현하며 “탄압이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는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티베트인들의 이런 처절한 몸부림에도 중국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분신을 부추긴다고 비난하면서 티베트 현대화와 경제 발전에 중국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티베트-중국 끈질긴 악연
티베트와 중국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1950년 중국이 티베트를 강제 점령하면서부터다.
중국은 티베트(중국명 시짱)자치구를 세우고 고유 종교를 믿지 못하게 하는 등 ‘티베트의 중국화’에 치중했다.
또 달라이 라마를 부정할 것을 강요하고 기도 금지령을 내리는 등 티베트인들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지나친 동화 정책에 티베트인들의 불만은 계속 쌓여만 갔고 결국 2008년 대규모 유혈사태로 폭발했다.
60년이 넘었지만 티베트인들의 분리 독립에 대한 갈망은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스스로 몸을 태우는 항의도 이제는 나이와 성별, 직업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분신은 이제 티베트 저항운동의 중심이 됐다.
분신 회의론도
중국은 분신 사태가 계속되자 분신을 부추기거나 도운 사람은 살인죄로 처벌하겠다는 강경책을 들고 나왔다.
공안 당국은 최근 티베트인 거주지역에서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벌였고 고의살인죄나 공공안전위해죄 등을 적용해 잇따라 중형을 선고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분신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승려 뤄랑궁치우(羅讓貢求·40)가 사형유예 선고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여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중국의 탄압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충분한 관심은 얻지 못하면서 분신에 대한 회의론도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분신이 젊은이들의 희생만 가져올 뿐이라는 주장과 함께 불교의 교리와 일치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깊다.
그러나 많은 티베트인은 분신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 티베트인은 지난 4일 뉴욕타임스(NYT)에 “분신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옳고 그름, 효과의 유무를 떠나 티베트인들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의미로 티베트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