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3주만에 말리 반군 격퇴…내전 종식은 불투명

프랑스가 말리 내전에 참전한 지 3주만에 동북부 지역 주요 거점에서 이슬람 반군을 모두 격퇴시켰다.

프랑스군은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키달에 진입함으로써 팀북투, 가오를 잇는 동북부 지역 주요 거점을 이슬람 반군으로부터 모두 탈환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말리에서의 철군을 언급하는가 하면 아프리카 다국적군이 앞으로 평화유지 임무를 맡도록 해야 하며 말리 정부가 북부지역 투아레그 부족을 포함하는 제 정파와의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등 말리에서 ‘발을 빼기 위한’ 절차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반군들이 전술적 철수를 했을 뿐이라며 말리가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밝혀 과연 내전이 언제 끝날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프랑스군 3주 만에 키달 진입 ‘속도전’

프랑스가 지난 11일 이슬람 반군에 공습을 가하면서 말리에 군사 개입을 한 지 19일 만에 동북부 군사요충지 키달에 진입했다.

키달은 서남부에 위치한 수도 바마코에서 동북쪽으로 1500㎞ 떨어진 군사 요충지이다.

리비아 내전이 끝나 고향에 복귀한 투아레그 부족 반군들이 무장봉기를 일으켜 이슬람 반군과 함께 가장 먼저 점령한 곳이 키달이다.

이에 앞서 프랑스군은 말리 정부군과 함께 동북부 최대 인구 도시인 가오를 지난 달 26일 탈환한 데 이어 28일엔 이슬람 문화 유적도시 팀북투를 되찾았다.

약 2900명의 지상병력을 배치한 프랑스는 그동안 전투기를 동원해 반군의 픽업트럭 무장차량 등을 무력화시킨 뒤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한 지상병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거점도시들을 탈환했다.

프랑스가 말리에 참전하게 된 것은 말리 정부 디온군다 트라오레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해 3월 말리 동북부를 장악한 이슬람 반군이 9개월 동안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가 새해 들어 바마코를 향한 진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알 카에다와 연계된 ‘알 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AQIM)’와 ‘서부아프리카의 통일과 지하드를 위한 운동(MUJAO)’, 말리에서 자생한 급진단체 안사르딘(신앙의 수호자) 등 3개 그룹으로 형성된 이슬람 반군 세력은 지난 10일에는 중부 군사 요충지 코나를 점령했다.

이에 놀란 말리 정부가 과거 자국을 식민통치했던 프랑스에 군사 지원을 요청했고 프랑스 정부는 말리에 있는 6천명의 프랑스 국민 보호를 위해 이를 받아들였다.

또한 면적이 프랑스 영토와 맞먹는 말리 동북부 지역이 테러세력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는 명분도 내세웠다.

프랑스는 그러나 참전 초기에는 이슬람 반군으로부터 중부 지역을 장악하는 데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슬람 반군은 오히려 역습을 가해 수도에서 북쪽으로 400㎞ 떨어진 디아발리를 점령하기도 했다.

이런 탓에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은 프랑스군이 서부에서는 고전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점차 지상병력을 증원하고 미국, 영국 등의 수송기 지원 등에 힘입어 군 장비를 말리에 속속 배치하면서 18∼20일께 코나와 디아발리 등 중부 요충지를 탈환하면서 북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알제리 외국인 인질 사태

프랑스가 말리 내전에 개입한 이후 발생한 사태와 관련, 빼놓을 수 없는 게 알제리에서의 외국인 납치 사건이다.

프랑스가 참전한 지 5일만인 16일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세력이 알제리 동남부 인아메나스 천연가스 공장에서 외국인들을 납치해 알제리군 특수부대가 진압하기까지 나흘 동안 외국인 인질 37명이 사망했다.

납치범들은 이번 범행을 프랑스가 말리 내전에 개입하고 알제리가 프랑스 군용기에 영공 통과를 허용해 말리 동북부 이슬람 반군에 대한 공습을 가능하게 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참사로 숨진 외국인들은 일본인, 미국인, 프랑스인, 영국인, 루마니아인 등 다양했다.

AQIM에서 떨어져 나온 무장세력 지도자 모크타르 벨모크타르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납치극에 가담한 무장대원 29명도 사살됐다. 납치범 중에는 튀니지, 이집트, 말리, 알제리 및 캐나다인도 포함돼 이슬람 테러세력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드러냈다.

미국 국방부는 나중에 알제리 인질사태 배후로 AQIM을 지목했다.

알제리 참사는 이슬람 반군이 말리 동북부 등 사하라 사막 인근 지역인 사헬과 북아프리카에서 언제든 테러를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내전 언제 완전히 종결될지 불투명

프랑스가 키달에 진입했음에도 말리 내전이 과연 언제 완전히 끝날지 판단하기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프랑스·말리군은 동북부 거점에 진입하면서 이슬람 반군에게서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았다.

이슬람 반군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한 프랑스·말리군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거점 도시에서 미리 퇴각했다.

프랑스 공군의 공습으로 픽업트럭 무장 차량 등 이슬람 반군이 장비 손실은 입었지만 병력은 고스란히 지킬 수 있었다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안사르딘을 이끄는 이야드 아그 갈리와 AQIM의 알제리 출신 지도자 아부 자이드 등은 키달에서 알제리-니제르 국경과 가까운 산악지역으로 퇴각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의 사하라 이남 지역 연구책임자인 알렝 안틸은 프랑스군이 진격하는 과정에서 이슬람 반군의 저항이 없었다고 해서 이것이 반군이 무력화됐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그는 반군이 신속하게 타격을 가하거나 인질을 납치하는 등 전통적인 게릴라전을 벌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프랑스군이 북부를 탈환한 것은 임무의 절반을 수행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슬람 전문가인 도미니크 토머스는 북부 도시를 탈환했지만 계속해 도시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폭탄 테러와 기습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안보문제연구소(ISS)의 대테러 전문가 마틴 어위는 작년 4월 이슬람 반군이 가오에 있는 알제리 영사관을 습격한 일이 있다며 이슬람 반군은 앞으로 말리에서 프랑스와 프랑스를 지원한 국가 소속 외국인을 납치하려 할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이메일을 통해 말했다.
다만 이슬람 반군의 전투력이 과대평가됐으며 말리 동북부가 아프가니스탄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프랑스정보연구센터의 에릭 데네세는 “말리에서 이슬람 반군의 위험을 과장한 사람들은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며칠간의 싸움 끝에 이슬람반군이 자신들의 취약함을 깨달은 것”이라고 AFP 통신에 밝혔다.

프랑스 국방 전문가인 파스칼 르 포트레마는 말리 동북부는 최고봉이 해발 900m에 불과하고 깊은 계곡이 없어 아프가니스탄과는 다르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 말리 정부·아프리카 다국적군의 후속조치가 관건 = 이에 따라 말리 내전이 종결되려면 말리 정부의 거국적인 조치와 아프리카 다국적군이 신속히 투입돼 평화유지 임무를 맡아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프랑스는 말리 정부가 북부 투아레그 반군을 포함하는 여러 정파와 신속히 정치 협상에 나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말리 의회는 동북부 지역 대표들과 협상을 벌여 오는 7월까지 선거를 실시하는 로드맵을 지난 29일 채택한 바 있다.

남아공 ISS의 데이비드 준메누 선임연구원(박사)은 지난 22일 프리토리아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말리에 정통성과 합법성을 지닌 정부를 복원하고 동북부를 비롯한 전역에 국가기관을 재배치하는 등 말리 사태 해결을 위해선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마코에는 작년 3월 내전을 촉발시킨 군사쿠데타 세력이 있어 이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다만 프랑스군의 개입으로 지난해 3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아마두 사노고 대위 등 쿠데타 주도 세력의 권한이 약화하고 프랑스 지원을 이끈 과도수반 디온쿤다 트라오레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 부상하는 등 말리 정계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데이비드는 분석했다.

이와 함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회원국과 차드가 주축이 된 8천명에 이르는 아프리카 평화유지군이 신속히 말리에 배치되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 말리를 식민통치했던 프랑스군의 말리 주둔은 이슬람 테러세력이 이를 또다른 ‘십자군 전쟁’이라고 주장하는 요인을 제공하는 만큼 프랑스가 철수하고 대신 평화유지 임무를 아프리카 국가 병력이 대체하는 게 매우 중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엔의 승인을 받은 아프리카 다국적군은 수송기 등 이동 수단 부족과 재정 문제 등으로 현재 약 2천명만 말리에 파견돼 있다.

아프리카판 유엔인 아프리카연합(AU)은 이를 위해 29일 말리 관련 원조공여국 회의를 열어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로부터 4억5천만 달러의 재정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AU도 사상 처음으로 말리 파병에 5천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연합뉴스/김민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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