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취임 “개인자유 위한 단체행동 필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며 집권 2기의 공식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당파적인 대립을 중단하고 이민개혁과 동성애 권리를 수용하며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자고 역설했다.
이날 대통령 취임식은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을 알렸던 4년 전 취임식과 비교해 작지만 엄숙하게 진행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분열된 정치권과 취약한 미국 경제를 의식한 듯 “우리는 이 순간에 꼭 맞는 사람들로 이 순간을 함께 잡으려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절벽 협상 과정에서 공화당과 대립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원칙과 절대주의, 정치와 볼거리, 합리적인 토론과 명분 싸움을 혼돈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의회의사당에서 내셔널 몰을 바라보며 취임 연설을 했다. 이번 취임식에는 50만~70만 명의 군중이 운집해 4년 전 첫 흑인 대통령을 보기 위해 180만 명이 모인 것과 대조를 이뤘으며 행사들도 간소하게 치러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낮추는 노력을 계속하면서도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축소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1기 행정부에서 건강보험 개혁과 금융규제 개혁, 이라크 전쟁 종료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이라는 성과를 거둔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부채한도 증액 협상을 비롯해 이민 개혁과 총기 규제, 복지 개혁 등에서 주도권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공화당과의 협상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약 20분 간 진행된 취임사에서 미국인들의 단결을 요구하면서 아직 이룩하지 못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인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단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번 취임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또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아이들을 비롯해 우리 후손들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자들의 권리에 대해 “동성애자들이 법적인 보호를 받으며 차별을 받지 않을 때까지 우리의 여정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는 이민자들이 환영을 받을 수 있도록 좋은 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지만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미국의 실업률은 여전히 높으며 과도한 연방정부 부채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전면 철수 시기도 고민해야 한다.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회복 속도가 여전히 더딘 것이 문제다. 오바마는 코네티컷주 뉴타운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는 비극이라며 총기 규제 대책을 마련했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의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시리아 분쟁 해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대립 해소, 러시아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 아시아 영유권 분쟁 등 외교 문제도 오바마 대통령 국정 운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던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오바마가 산뜻하게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함께 일하겠다”며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의 취임 연설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리치 갈렌은 “이번 취임 연설은 상당히 진보적이고 잘 포장된 연설이었다”며 “그러나 오바마는 자신이 다시 선거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