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치개혁 요구’ 시위…경찰 충돌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면서 정정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15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슬라마바드 시내 의사당 주변에서는 2만5천여명의 군중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깃발을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어린이와 여성들까지 포함된 시위대는 부패한 정부로 인해 경제난과 폭력사태가 가중되고 있다고 비난하며 전날에 이어 이틀째 시위를 이어나갔다.
특히 이날 새벽에는 강제해산에 나선 경찰에 맞서 시위대가 돌과 몽둥이로 저항하면서 양측에서 부상자가 다수 생겨났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를 발사하고 공중에 실탄을 쏘기도 했다. 또 의사당 주변 상공에는 헬기가 선회비행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번 시위는 정치 개혁과 의회 해산을 요구하는 이슬람 지도자 타히룰 카드리(61)에 의해 조직됐다.
캐나다 시민권자인 카드리는 90개국에 지부를 둔 이슬람단체의 수장으로, 수년간 캐나다에 머물다가 지난달 파키스탄으로 돌아왔다.
카드리는 전날 자신의 지지자들을 이끌고 본거지인 라호르를 떠나 38시간 만에 이슬라마바드에 도착, 시위대와 합류했다.
카드리는 연설을 통해 “정부가 의회와 4개 지방의회를 모두 해산할 때까지 시간을 주겠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이 이를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요구 사항이 관철될 때가지 거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을 시위대에 주문했다.
이에 대해 레흐만 말리크 내무장관은 TV에 출연, “카드리의 요구는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오는 5월 중순 총선이 예정돼 있다. 그에 앞서 3월 중순에는 의회 해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군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카드리는 그러나 공명선거를 위해 군부 및 사법부가 참여하는 과도정부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파키스탄 대법원은 이날 발전 프로젝트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된 라자 페르베즈 아슈라프 총리에 대해 체포명령을 내렸다.
익명을 요구한 대법원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해당 사건 피의자 전원에 대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체포할 것을 명령했다”며 “피의자 17명 중에는 야슈라프 총리가 포함된다”고 전했다.
야슈라프 총리는 총리에 오르기 직전 수력·원자력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유창엽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