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찰, 재일동포 ‘북한 공작원’ 구속…”평양=아버지, 베이징=어머니?”
일본 경찰이 일본으로 국적을 바꾼 재일동포를 북한 공작원으로 보고 구속했다고 교도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오사카부 경찰청 외사과는 이날 군사 관련 정보를 담은 시판용 보고서를 무단 복제해 북한군 관계자에게 보낸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효고(兵庫)현 아마가사키(尼崎)시에 사는 Y(42)씨를 구속했다.
일본 경찰은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긴 했지만, Y씨가 북한군 관계자로부터 미리 받은 은어를 사용한 점을 들어 북한 공작원으로 판단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Y씨는 2009년 9월말 미국 조사 회사의 시장 조사 보고서 2부(116만엔=1400만원 상당)를 사들여 무단 복제한 뒤 북한군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전자우편(이메일)으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보고서에는 세계 각국의 무기나 군사통신 기술의 개발 동향이 담겨 있었다.
일본 경찰은 Y씨가 전자우편을 보낼 때 외무성을 ‘도쿄대’, 방위성을 ‘교토대’라고 적는 등 지정된 은어를 사용했고, 제3자가 내용을 알 수 없도록 자료나 문서를 사진 밑에 숨기는 암호화 소프트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Y씨가 전자우편을 보내기 직전에 중국에 건너가 북한군 관계자로부터 보고서 구입비용과 보수를 받았고, 이 보고서 외에도 군사 관련 서적과 자료를 북한에 보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Y씨는 “(보고서는) 연구 목적으로 샀고, 복제하거나 송신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경찰은 지난해 6월 석면을 제거하는 신규사업을 한다고 꾸며 중소기업 지원 융자금 1000만엔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Y씨를 구속했다. Y씨는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도중에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이번에 다시 구속됐다.
산케이신문은 Y씨가 처음 구속됐을 때에도 사기는 명목상의 구속 혐의일 뿐이고, 일본 경찰이 Y씨를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의 공작원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보강 조사를 거쳐 Y씨를 북한 공작원으로 단정한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Y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을 때만 해도 “북한군 관계자와 접촉해 군사 관련 정보를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Y씨는 조선적(籍, 일본 법률상 무국적)으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계 조선대학교를 졸업한 뒤 2007년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연합뉴스/이충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