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방북…北 김정은, 컴퓨터·인터넷에 큰 관심
인터넷 활용 자료 수집 지시…컴퓨터 교육·증후군도 언급
세계적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방북한 것을 계기로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인터넷이나 컴퓨터에 보여온 태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1년간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서 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을 살펴보면 인터넷을 통한 지식 습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인터넷이나 컴퓨터에 상당한 관심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가장 주목되는 그의 발언은 지난해 4월27일 당, 경제기관 등의 책임일꾼들과 한 담화에서 나온다.
북한 매체에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요구에 맞게 국토관리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데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이 담화에서 김 제1위원장은 “인터네트(인터넷)를 통해 세계적인 추세 자료들, 다른 나라의 선진적이고 발전된 과학기술 자료들을 많이 보게 하고 대표단을 다른 나라에 보내 필요한 것들을 많이 배우고 자료도 수집해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인터넷을 활용한 자료 수집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10월12일에는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의 교직원 및 학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콤퓨터(컴퓨터) 교육을 강화하는데 특별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시찰에서도 컴퓨터와 관련된 행보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8월31일 김 제1위원장이 인민군무장장비관에 새로 꾸려진 전자도서관을 방문했다며 “최고사령관께서는 전자도서관이 목록검색부터 도서 및 자료 열람, 강의를 콤퓨터와 망 체계에 의하여 진행할 수 있게 된 데 대해 기쁨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당시 조선중앙TV는 김 제1위원장이 컴퓨터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환하게 웃는 장면을 방송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군부대의 기마중대 훈련장을 시찰한 자리에서도 “지금 콤퓨터에 의한 사무처리를 비롯해 정신노동이 많아지는 것과 관련해 사람들 속에서 사무원병이 나타나고 있는데 승마운동을 하면 이런 병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김 제1위원장이 오랫동안 컴퓨터 작업을 할 경우 목, 어깨 등에 통증이 오는 이른바 `컴퓨터 증후군’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제1위원장이 인터넷이나 컴퓨터에 관심을 둔 것은 1990년대 후반 스위스에서 서구 문화를 접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지난 2010년 9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스위스에서 김 제1위원장과 공부한 친구들과 인터뷰를 소개하며 “그(김정은)가 컴퓨터 게임, 유명 상표 운동화, 액션 영화에 열정을 가진 소년이었다”고 보도했다.
결국 슈미트 회장의 방북도 컴퓨터에 대한 김 제1위원장의 개방적 태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김정은은 그동안 컴퓨터를 비롯한 과학기술 분야를 강조해왔고 슈미트 회장의 방북을 통해 자신이 폐쇄국가의 지도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노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