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둘러싼 미·러 신경전 고조
중앙아시아를 둘러 싼 미국과 러시아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모스크바타임즈> 등 중앙아시아 유력 외신들은 최근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구소련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며 “올해 12월에 들어 양국 간의 신경전은 공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에 발생한 신경전의 발단은 12월 6일 아일랜드에서 개최된 OSCE 장관회의에서 미국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행한 연설에서 시작됐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가 구소련 국가를 다시 소비에트화하려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관세동맹 및 유라시아 연합과 같은 기구를 통해 구소련 국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은 이 과정을 늦추거나 막을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동의 언어, 비슷한 정서, 서로 연결된 교통망 및 에너지 수송망은 구소련 국가를 자연스럽게 통합하고 있다”면서 “현재 유럽연합은 과거의 소비에트연방보다 국가의 주권을 더 많이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신경전은 중앙아시아의 가스 자원을 두고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7일에 러시아와 유럽을 흑해 해저로 잇는 사우스 스트림(South Stream) 가스관 공사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식 개최 후 미국의 상원의원 리처드 루가(Richard Lugar)는 러시아를 자극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러시아 당국은 사우스 스트림 가스관을 건설함으로써 서방이 선호하는 가스 수송로인 남부통로(southern corridor)의 건설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 현재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남부통로는 나부코-웨스트(Nabucco-West) 가스관과 TAP(Trans-Adriatic Pipeline) 가스관이다.
보고서에서 루가 의원은 “미국 정부가 러시아 가스에 대한 NATO 회원국들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미국 정부에 ▲자국의 가스를 모든 NATO 회원국에게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하며 ▲미국 정부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 수송로인 남부통로의 건설을 적극적으로 돕고 ▲중앙아시아 에너지 자원을 다루는 직책인 ‘유라시아 에너지 안보 특별대사’ (special envoy for Eurasian energy security)를 없애려는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신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루가 의원의 보고서에 대해 러시아는 현재까지 아무런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러시아는 보고서를 치밀하게 검토해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과정에서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자원 수송로를 둘러 싼 미국과 러시아의 신경전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