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정의란 무엇인가’를 뛰어넘는 ‘쉽게 쓴 정의와 헌법’

나는 20여년 전 헌법재판소 연구관 시절 저자인 문흥수 변호사와 같은 지정재판부에서 2년간 근무한 바 있다.

당시 중요한 사건들을 함께 토론하기도 하며 보람 있게 보냈는데 금번에 저자가 ‘정의’에 관한 내용과 함께 대표적인 우리나라 헌법판례를 소개하는 <쉽게 쓴 정의 이야기-정의와?헌법>(박영사)을 펴내 무척 기쁘다.

이 책은 최근 하버드대학의 정치학자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한국법률가의 반론을 담고 있어서 의미가 더 크다.

샌델의 책이 밀리언셀러가 되었다고 하여 화제가 되고?있지만 정작 그 책을 사놓고 끝까지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 국민들이 정의에 대하여 관심이 폭발하고 있음에도 위 책이 사변적 내지 철학적이기 때문에 일반 독자가 읽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런데 정의는 원래 법률가들의 주제이다. 여기서 우리 국민들을 위해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마땅히 법률가들이 대답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역임하였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수학한 저자가 한국법률가 중 최초로 샌델의 책에 대한 답변 내지 반론을 쓴 것은 참으로 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쉽고 자명한 정의 이야기로 책을 시작하고 있다.?즉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이 따르고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이 추궁되는 것이 자명한 정의요, 이것을 전제로 정의란 무엇인가가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가들 입장에서 참으로 타당한 입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샌델이 공리주의나 자유지상주의를 언급하면서 정의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데서 그의 정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데 반하여 저자의 입론은 쉽게 마음에 와 닿는 정의 이야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한번 읽으면 정의가 무엇인가가 머릿속에 확 들어올 뿐만 아니라 샌델이 그의 책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샌델의 이론의 맹점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깨닫게 된다.

아직까지 샌델의 책을 사 놓고 다 읽지 못한 독자가 있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크게 유익하리라.

나아가 저자는 헌법재판소의 판례 중 국가보안법 사건,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제대군인 가산점 사건, 사형제도 사건 등 가장 중요한 사건들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정의가 무엇이고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내가 대리인이 되어 위헌결정을 받아낸 제대군인 가산점 사건에 대한 저자의 평석이 의미심장하다.

끝으로 저자는 공정 사회가 화두로 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진정으로 공정사회를 이루는 길이 무엇인가를 이 책을 통하여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지난 10여년간 줄기차게 주장한 사법개혁의 길을 소개하면서 정의로운 사법부가 정의로운 사회를 담보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선물하는 정의와 헌법의 교과서요, 저자의 야심작이다. 정의 없이 선진사회 없고 헌법에 관한 이해 없이 정의가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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