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지구, 냉랭한 합의…공유지 비극 불가피?

교토의정서 2020년까지 연장…‘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폐막

美中印?빠진 15%짜리 합의…경기침체로 화석연료 탄력, 지친 신재생에너지


경기침체 기조가 뚜렷한 지구촌은 내년에도 경제논리에 따라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고,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약한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시키는 기술, 전력효율을 높이는 기술들이 신재생에너지기술과 뭉뚱그려 녹색기술투자 통계에 잡히는 까닭에 마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경기침체는 자연스럽게 화석연료에 힘을 실어주는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목적의식적인 부양조차 버거운 시절이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셰일가스 개발이 영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은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 억제 대책으로 셰일가스 시추 사업을 승인했다. 한국도 캐나다산 셰일가스 도입을 본격화 할 전망이다.

화석연료의 일종인 ‘셰일 가스(shale Gas)’는 ‘혈암(shale rock)’층에 함유된 메탄가스로, 지층을 수직으로 뚫고 들어가 혈암 층에서 다시 수평 굴삭을 한 뒤 암석을 분쇄해 추출한 천연가스의 일종이다. 비교적 값이 싸고, 사실상 미국에 꽤 많은 양이 존재한다. 미국은 당초 뉴욕 주(州) 등이 환경적 악영향 때문에 개발을 불허했지만 최근 경기침체와 고유가 때문에 삽시간에 ‘셰일가스 찬양’ 기조로 돌아섰다.

미국 신재생에너지 부양에 안간힘

셰일가스 개발 확산은 액화천연가스(LNG)나 액화석유가스(LPG) 시장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령 산유국이자 천연가스 부국인 카타르는 셰일가스 확산으로 당분간 세계 가스가격이 하락할 것에 대비, 사막 지역에 풍부한 태양에너지에 본격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카타르의 압둘라 빈 하마드 알 아티야 부총리 겸 에너지부 장관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UN기후변화협약(UNFCCC) 제18차 당사국총회(COP)에서 “오는 2014년까지 1800메가와트(MW)급 태양에너지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최소 100억 달러(약 10조8300억원), 최대 200억 달러(약 21조66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타르는 2014년 이 시설에 대한 입찰을 실시해, 오는 2018년 완공할 예정이다. 2018년 시설이 완공되면 카타르 전력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0%에서 16%까지 늘어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인접 중동국가들도 태양광발전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셰일가스가 풍부한 미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대해 세금 혜택을 법제화 하자는 법조계의 목소리가 이 같은 위기감을 반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지난 12일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한 변호사단체는 이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합자회사(Master limited partnership, MLP)에게도 정유사나 가스회사처럼 개인투자자에게만 소득세를 부과토록 세제혜택을 부여하자”면서 관련 세법 개정을 백악관에 요청했다. 미국 민주당은 이 법안을 적극 반기고 있으나 거대 정유사들이 거액의 정치자금을 대고 있는 공화당은 반발하고 있다.

중동, 국제사회 온실가스감축규제에 대응 채비

최근 폐막한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8)’ 개최국인 카타르는 현재 LPG 수출량으로 세계 1위 국가다. 그러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카타르는 한편으로 탄소감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강제력을 발휘할 것에도 대비,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술에도 투자할 의사를 밝혔다.

대표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술은 화석연료를 현행대로 쓰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저장하는 기술이다. 카타르 일간 <페닌술라 카타르(The Peninsula Qatar)>는 지난 4일자 기사에서 “카타르석유사 QP의 한 임원이 ‘카타르가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과 관련된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한화로 약 76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QP는 10년에 걸쳐 셸(Shell)사와 테크놀로지파크(QSTP)사, 런던 임페리얼대학교 등과 공동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기술을 발굴하는 게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다.

카타르 액화천연가스 회사인 라스가스(RasGas)사는 매년 땅에 약 1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왔다. 이웃 아랍에미리트도 아부다비에서만 약 5000억 원을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 개발에 지원했다.

전체 온실가스 중 15%에만 해당되는 맥빠진 기후변화협약

각국은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8)’에서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규정하는 교토의정서를 오는 2020년까지 연장키로 결정, 내년 초부터 선진국들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2차 공약기간(8년)이 개시된다.

하지만 일본·미국·캐나다 등 선진국들이 2차 연장 기간에 감축의무를 지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교토의정서 효력 연장은 상징적 체제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계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 미국은 중국, 인도 등 주요 개도국의 불참을 핑계로 1차 공약기간에 이어 이번 연장기간에도 의무감축국에서 빠졌다. 1차 공약기간에 참여했던 러시아, 일본, 뉴질랜드는 미국과 같은 이유를 들어 2차 공약기간 참여를 거부했다. 캐나다는 교토의정서를 아예 탈퇴해버렸으며,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갖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애초부터 교토의정서 의무감축국가에 속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연장된 교토의정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만 규제할 수 있게 됐다.

제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9)는 내년 11월11일부터 11월22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도하 협상이 ‘교토의정서 폐기’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은 것만은 분명하지만,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올해에만 전년 대비 약 2.6% 늘어났다는 점을 보면 속수무책으로 표현해도 무방하다. 1990년 배출량의 50%나 증가한 수치다.

“관리 주체가 없는 공유지(지구)를 무대로 무책임한 배우(선진국)들이 연출한 서사극(COP18)은 애초부터 ‘비극’적 시나리오였다”는 허무주의자들의 전망은 신기하게도 항상 맞아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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