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건국기념일, 여야 지도자 심기일전 다짐
새 국가지도자로 발돋움하는 딸이 ‘민족의 영웅’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버지의 고향에서 격정어린 연설로 청중들을 감동시켰다. 한국 모 대선후보의 8일 서울 광화문 선거유세 얘기가 아니다.
버마의 아웅산 수치(Daw Aung San Suu Kyi)는 8일 ‘제92차 버마 건국 기념일(National Day)’을 맞아 버마 독립 영웅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아웅산(Aung San) 장군의 탄생지 넷마욱(Netmauk)에 모인 많은 지지자들 앞에서 열정적인 연설을 했다.
수치는 연설에서 나라의 여러 복잡한 상황들을 언급하면서 행사에 참석한 국민민주주의연합(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NLD) 당원들에게 “지위와 돈에 연연하지 말고 정직하게 나아가자”고 촉구했다. 또 청중들에게는 “NLD 당원들이 잘못하는 게 있다면 나에게 알려 달라”면서 “여러분들이 바로 NLD를 바로 잡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정당이 하는 말을 쉽게 믿지 말라”고 전제, “나를 포함해 NLD 누구도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실수하지 않도록 깨닫게 해줘야 한다”면서 “부디 친절하게 우리를 바로 잡아 주기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우 테인 세인(U Thein Sein) 대통령도 건국 기념일 기념사에서 “나라의 명성을 높이고 국론을 한 데 모으자”고 촉구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새로운 민주정부의 지도부가 지구촌 사회를 잘 이해하고 대처해온 결과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완화됐다”면서 “세계무대에서 버마가 부흥할 사업 기회를 열어 준 기회를 놓치지 말고 국제 사회와 함께 적절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버마 건국기념일은 91년 전인 1921년 “영국의 식민지 교육을 철폐하고 민족교육시스템을 세우자”면서 버마 학생들 주도로 일어난 전국적인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 운동이 1948년 버마 독립에 일부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 버마 역사가들의 설명이다.
한편 버마 정부는 이날 건국 기념일을 맞아 최근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다친 몇몇 시위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지난달 29일 버마 군부 소유 기업과 중국 자본이 합작 운영하는 버마 북서부 모니와 지역의 렛파다웅(Letpadaung) 구리광산 지역에서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주민과 승려들이 광산 반대 시위를 벌이다가 당국의 유혈 진압으로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치는 당정과 협의한 결과 버마 광산시위대 급습 사건을 진상조사하기 위한 ‘30인 위원회’를 구성, 사고 조사를 벌여왔다. 아웅산 수치는 시위 부상자들을 찾아 위로하고 “모든 문제는 정부의 투명하지 못한 태도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