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이 기사] ‘꿈꾸는 거북이’ 나눔 정신, 곳곳에 스며들길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로 구성된 봉사단체 ‘꿈꾸는 거북이’ 회원들이 직접 재배한 무, 배추로 김장을 해 자신들보다 삶이 더 어려운 독거노인, 중증장애인들에게 나누어 주는 훈훈한 뉴스를 조선일보는 11월 28일자 1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거북이처럼 행동은 굼뜨지만 우리에겐 꿈이 있다는 뜻으로 이름 지은 ‘꿈꾸는 거북이’ 회원들은 올해 서울시와 노원구 성민복지관의 도움으로 35평의 주말농장을 의정부에 마련했다. 봄부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농장에서 평균 세 시간씩 일하며 채소를 가꿨다.

한 회원이 “최근 배추 값이 올라 김치를 못 먹는 사람이 많다”며 “우리가 가꾼 무, 배추로 김장해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등에게 나눠주자”고 제안하자 모두 마음을 합쳤다.

지난 27일 모인 회원 대부분은 몸 한쪽을 쓰지 못해 한 손으로 배춧속을 채워 넣었고, 한 포기를 옆 사람과 힘을 합쳐 버무리기도 했다. 정성스럽게 70포기의 김치를 담가 20개 박스로 나눠 담아 노원구 일대 독거노인 등 어려운 가정에 전달했다.

김치를 받은 유용규(56)씨는 “치매 걸린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 올 겨울엔 김치를 어떻게 구해서 먹나 걱정했다. 매우 맛있고 고맙다”며 주름살을 폈다. 김장 나눔에 참여한 회원 윤차근(65·뇌병변 2급)씨도 “평생 남이 주는 김치만 먹다가 처음 김치를 담가 남에게 주니 내가 쓸모 있는 인간이 된 것 같다”며 소감을 얘기했다.

작년 7월 중·장년층 장애인 12명으로 출범한 ‘꿈꾸는 거북이’ 모임은 자신들보다 삶이 더 힘든 사람에게 차를 대접하기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파킨슨병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돼 혼자서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해 넘어질 때면 “이렇게 사느니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이치윤(58)씨는 최근 ‘꿈꾸는 거북이’ 활동을 하면서 “내가 가진 조그만 것이라도 나누며 살다 보니 삶에 애착이 생기고 보람도 느낀다. 산다는 것이 설렌다”며 세상이 달라진 듯 말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나이 어린 장애인들은 부모도 돌봐주고 사회 지원 시스템도 잘 돼 있지만, 나이 들어 장애인이 되고 나면 자립하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면서 “남에게 도움을 받는 것보다 남을 돕는 기회를 찾는 것이 장애인들에게는 진정한 자립의 출발점이며 이런 삶의 기반을 닦아주고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도움을 받을 때보다 이웃에게 도움을 줄 때 우리는 삶의 보람을 더 느낀다. 중?장년 장애인도 어린 장애인들처럼 도움이 필요할 것임이 분명할진대 나이 들었다고 사회에서 ‘나 몰라라’한다면 그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자기 혼자 힘으로 일상생활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데도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자발적으로 돕고 사랑을 나누는 ‘꿈꾸는 거북이’ 회원들의 봉사활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몸이 좀 불편할 뿐이지 이 분들도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며 나름대로 삶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마음가짐은 비장애인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직접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해지고 함께 사람 사는 맛을 느끼려면 중?장년 장애인들의 복지와 지원에도 더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이 분들도 엄연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맛을 느끼고 진정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손 내밀고 거들어 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몫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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