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이 기사] 현대차, 불법파견 노동자 적극 정규직 전환을
회사 안 불법파견 노동의 존재를 전혀 인정하지 않던 현대자동차가 노사 협상으로 사내하도급 작업장을 재분류해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 전환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한겨레는 11월 14일자 1면에서 보도하고 8면에는 불법파견 인정 범위를 둘러싸고 노조와 줄다리기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지난 8년여 동안 사내하도급 노동자 최병승 씨와의 소송에서 ‘현대차가 최씨를 불법 파견하고 있다’는 2010년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최씨의 정규직 전환을 실행에 옮기지 않을 정도로 사내 불법파견 존재를 완강히 부인했었다.
늦었지만 현대차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불법파견 인정 여부를 협상을 통해 풀어가기로 했다. 노사 모두 동의하는 불법파견 공정을 추출해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런 현대차의 태도는, 지난 8월 정규직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에서 사내하도급 노동자 3000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는 안을 제시할 때에도 사내 불법파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제 일부 공정에서나마 불법파견 노동의 존재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대차의 태도 변화가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의 정규직 전환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화 하느냐는 불법파견의 범위에 달려 있다.
사측은 “대법원이 제시한 불법파견 기준 모두를 만족하는 하청 근로자만 불법파견으로 볼 것”이라고 했다. 반면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대법원과 노동부는 현대차(원청)가 하청 노동자에 대해 지휘·명령을 했는지 여부를 불법파견의 기준으로 보고 있으므로, 여기에 비추면 생산공정 전체가 불법파견”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규모를 결정하게 되는 ‘어디까지를 불법파견으로 보아야 하는지’가 앞으로 현대차 노사 교섭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이다.
어쨌든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은 앞으로 우리 노동시장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통계청 조사를 분석해 발표한?‘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를 보면 국내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지난 3월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의 48%인 837만 명이었다. 지난 8월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49.4%로 늘었고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139만원으로 정규직(278만원)의 절반 수준(49.9%)에 머물렀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점점 늘면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려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서 출발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물론 노동부와 노동위원회까지도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는데도 완강히 부인하던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사실상 인정하게 된 까닭은, 비정규직 출신 해고자 최병승씨와 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 천의봉 사무국장이 울산공장 명촌 주차장 송전철탑에서 고공농성(오늘이 31일째)을 벌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불법적으로 사용한 데 대한 사회적 비난을 더 이상 감수하기 어렵게 됐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올 들어 3분기까지 발표한 누적 당기 순이익은 무려 7조1638억 원에 이른다.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서도 현대차가 이런 놀라운 순이익을 달성한 데에는 좋은 차를 만들어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도록 경영을 잘했기 때문이지만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희생에 힘입은 바도 없지 않다.
기업이 제대로 인정받고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고용, 생산, 판매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대차가 불법파견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하여 이익을 내는 것은 냉정하게 말하면 불법 행위로 이윤을 추구하는 범죄 행위와 다를 바 없다.
현대차가 위기 대응에 편하다고 노동유연성에 집착한 나머지 불법파견과 연관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소홀히 한다면 노동자를 희생하여 이윤만 추구하는 악덕 기업이라는 손가락질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대차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답게 사내는 물론 우리나라에 더 이상 불법파견 노동자가 없도록, 적극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모범을 보이고, 비정규직 차별 철폐에도 앞장서 소비자는 물론 노동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