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없어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에 대해?임대주택과 달리 부정적 이미지 개선을 위하여 ‘SHift’라는 브랜드를 도입하고, 주택의 개념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한 마케팅을 펼쳤다. 지난 2007년 서울시에서 브랜드 선포식을 끝낸 실무 주역들의 표정에 자부심과 각오가 나타난다. <자료사진=서울시>

아직도 집을 사려고 하십니까?

주택의 개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주택을 투자대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투자재로서의 관심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최근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상승세가 멈추면서 투자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집을 사서 더 이상 가격이 오를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의 주택가격이 정체 혹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의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을 두고 수요관리 잘못과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논란이 계속됐다. 장기전세주택이 공급되기 시작한 후 5년간 서울의 주택공급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급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정체 혹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상적인 수요 공급에 의한 가격결정 이론은 빗나가고 있는 셈이다.?그럼 주택가격, 혹은 주택에 대한 생각이 바뀐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갤럽에 의뢰하여 조사한 결과, ‘앞으로 5년 이내에 주택을 구매할 의사가 없다’는 답변이 65%로 나타났다. 최근 1~2년 사이에 15% 정도가 ‘구매의사가 없다’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그 이유로는 투자가치 하락이나 불투명 때문이라는 응답이 60%였고, 장기전세주택 영향이라는 답변도 32%에 달했다. 장기전세주택에 대해 다소 생소하거나 그 영향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분들도 많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 중에도 64.8%가 ‘앞으로 주택구매 의향이 없다’고 답변한 사실은 우리 사회의 변화양상을 잘 나타내주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장기전세주택’이 과연 뭐길래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장기전세주택은 2007년 5월 처음 공급되었고 이제 5년이 조금 지났다. 장기전세주택은 첫 공급부터 주택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청약경쟁률로 대변되는 시장의 반응은 공급이 거듭될수록 계속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그동안 임대주택과도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장기전세주택의 공급이후 5년간 주택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보금자리주택의 공급, 주택 매매가격의 정체 혹은 하락, 전세가격 상승 등이 그것이다. 즉, 장기전세주택이 서울시 주도로 생겨나면서 중앙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새로이 공급하게 되었고, 장기전세주택이나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대기수요로 매매수요가 줄어들면서 주택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순 시장은 전임 시장의 사업을 계속할 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정밀한 조사를 단행하였다. 장기전세주택은 승계해야 하는 정책 1순위로 나타났고, 백지화 길을 걸은 다른 사업과는 달리 여전히 공급되고 있다.

장기전세주택은 그동안 공공이 공급해온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의 정책적 단점을 보완하는데서 출발하였다. 분양주택과는 달리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아 적절한 분양가격 결정이나 개발이익환수 논란을 극복하였다. 그동안의 임대주택보다 면적이 넓고, 임대료에 전세제도를 도입하였다. 입주대상을 소득제한 없이 확대하고 ‘시프트’라는 브랜드 마케팅을 도입하여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주택의 개념을 투자대상에서 거주수단으로 전환하는데 정책적 목표를 두었다.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멈추면서, 앞으로 하락할 위험성이 나타나면서 ‘주택’에 대한 고민은 수익률 중심에서, 즉 투자대상에서 점점 멀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장기전세주택이 제시한 주택에 대한 개념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는건 어떨까? 주택은 주거의 수단으로서 ‘사는 곳’인지 투자의 대상으로 ‘사는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필자 임성은은 장기전세주택 박사 1호로,?장기전세주택 정책을 직접 제안하고(2005. 12), 정책으로 결정되도록 건의했으며(2006. 12), 정책집행 과정(2007~2009)과 운영평가(2011. 12) 등 전 과정에 참여했다.

고속철도건설공단에 근무하면서 국토해양부 업무와?인연을 맺은 뒤 국회 건설교통위원장(현 국토해양위원장) 비서관, 건설교통부 차관 출신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통해 주택업무 등을 연계해 나갔다.

서울특별시 정책기획보좌관, 고객서비스 연구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정책 영역 전반으로 관심 분야를 확대해 장기전세주택, 120 다산콜센터, 동행 프로젝트 등을?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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