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이 기사] 일본은 한국인 징용피해자 손해배상 적극 나서야
일본정부가 일제강점기 한국인 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개인 청구권이 살아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고 경향신문은 10월 25일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12면에는 그 의미와 현재 일본 기업들의 손해배상에 미온적인 태도, 그리고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맡아 올해 5월 24일 대법원 승소 판결을 이끈 최봉태 변호사의 인터뷰를 실었다.
경향신문은 일본의 ‘한·일 청구권 문제에 대한 외무성 청문 보고서’를 입수하여, 일본 정부는 한국인 징용 피해자 보상 청구권을 일본 기업이 중국인 징용 피해자들에게 자발적으로 배상한 ‘니시마쓰건설 사건’과 동일하게 보고 있으며, (한국인 징용 피해자에게) 일본기업들이 자발적 배상을 할 경우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나타난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는데 첫째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한국인 피해자의 청구권 문제는 끝났다는 것이고, 둘째는 한국인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에 대한 해석을 중국인이 피해자인 ‘니시마쓰건설 사건’의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 취지와 같다고 내린 것이다.
이 가운데 후자는 ‘니시마쓰건설 사건’ 판결문에서 일본 재판소가 “재판으로 청구할 권리는 소멸됐지만 피해자와 기업 간의 개인 채무는 남아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리고 자발적 배상을 권고했기 때문에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한국인 피해자 배상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다”는 일본 외무성의 기존 입장에서 큰 변화가 없다는 평가도 여전하지만, 일제 강점기 한국인 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니시마쓰건설 사건’과 같다면, 민간 차원의 배상이나 일본의 법률제정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데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대법원은 올해 5월 24일 이병목씨(89) 등 강제징용 피해자 9명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원심을 깨고 승소 취지로 서울·부산고법으로 돌려보내 15만 명에 이르는 한국인 일제 징용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이후 일본 기업들은 한국인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측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와의 피해보상 협상에 너무 미온적이다.
지난 7월 말 징용 할머니들과의 배상 협상이 최종 결렬됐고, 결국 엊그제 24일에는 양금덕 할머니(83)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5명은 광주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일본 기업들은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을 강제 징용하여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 노동을 시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주고는 이들에게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해당 기업들은 국가 사이의 협정으로 모든 배상이 끝났다고 강변한다. 과연 그런가? 그리고 그게 옳은가?
개인과 개인 사이의 권리 의무 관계를 피해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국가와 국가가 멋대로 좌지우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그리고 그게 정당한가?
한·일협정으로 일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이 완료됐다고 강변하는 것은 피해 당사자의 의견을 배제한 상태에서 일본 기업들의 노동력 강탈행위를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요즘 일본 정부는, 독도가 역사적으로 한국 고유의 영토로 인식돼 온 사례를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일제강점기인 1936년 총독부 산하 육군참모본부 육지측량부가 제작한 지도인 ‘지도구역일람도’에 독도를 한국 영토로 표시해 놓고도 “다케시마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또 일본 관헌들이 감언, 강압에 의하여,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위안부를 모집(동원)했다고 인정한 내각관방장관의 고노담화를 1993년 이미 발표해 놓고도,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강제 동원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공표하여 한·일 관계 발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일본 정부의 과거의 잘못에 대한 부정은 일본의 역사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며, 일본의 역사 인식이 퇴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일본의 발전과 미래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본 정부가 일본의 일부에서만 통하는 논리와 주장으로 스스로 저지른 과거의 과오를 부정하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며, 이런 역사 인식이 일본에 존재하는 동안 한·일 두 나라의 미래 관계는 결코 밝아질 수 없다.
또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인류의 지탄을 면하지 못할 것이고 그것은 일본이 지구촌에서 자신의 위상을 찾는 데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일본은 일본을 위해서라도, 한·일 양국이 일제 징용 피해자 개인 청구권이 실체적으로 살아 있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통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야 할 것이다.
위안부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보상에 대해 일본 정부는 그동안 법적인 근거, 의무가 없어서 못한다고 했지만 중국 피해자에 대한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단과 자발적 배상의 권고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면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보상할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센병 환자와 원폭 피해자들처럼 일본이 의회 입법을 통해 자발적으로 피해보상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들의 한국인 징용 피해자에 대한 자발적인 배상은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하니 일본 기업들이 스스로 징용 피해자들과 협상하여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고 화해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일본 기업인들이 과거의 잘못을 기억하고 한국인 징용 피해자에 합당한 손해배상을 하는 양심이 살아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