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이 기사] 시골 인턴교사 택한 중견 수학자의 ‘큰 꿈’ 응원하며
한 중견 수학자가 정년을 6년 앞두고 27년 동안 봉직한 대학 교수직에서 물러나, 억대 연봉의 중·고등학교 교장직 제의도 마다하고 전교생이 100여명인 시골의 한 중학교에서 월급 100만원 남짓의 수학 인턴교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요즘 세상에는 경이로운 뉴스를 조선일보는 10월 16일자 13면에 머리기사로 올렸다.
1990년대까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겨우 30위권에 머무르던 한국의 수학 실력이 최근 1위까지 오르는 데 크게 공헌했다고 평가받는 양승갑 선생님은, 명지대에서 27년간 교수로 근무하다 기간제 교사보다도 월급이 낮고 공무원직 대우도 못 받는, 충남 서천군 한산중학교 수학 인턴교사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외국에서 학위까지 받아온 젊은 친구들이 교수가 되지 못해 목숨도 끊고, 교수직을 두고 검은돈도 오간다”는 세태에 “할 만큼 한 교수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고, 새로운 도전도 하고 싶어” 동료 교수의 만류와 부인의 심한 반대도 뿌리치고, 3년 동안 지원자가 없었던 모교 수학 인턴교사를 선택했단다.
‘미안해서 어떡하느냐’며 자꾸 교장 선생님이 어려워한다는 양 선생님은 “교수나 교장 하려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늘진 곳에서 수학을 가르치려는 사람이 없어서 자원한 것 뿐”이라고 말한다.
먼저 양 선생님은 가르칠 학생들을 위해 초등학교 교재들을 모두 검토하고 복사해 새 책을 만들었다. “아직 어설프지요. 조만간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교재를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라고 양 선생님은 말하지만, 하나현(15) 학생은 “예전 수학시간엔 만날 잠만 잤는데 이젠 좀 수학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좋아한다.
수학 기초실력이 있거나 스스로 잘 알아서 공부하는 학생은 곁에서 챙겨주지 않아도 문제를 잘 풀겠지만 학생들의 평균 수학 실력을 높이려면,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어야 하고 기초가 부족한 학생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필수다.
양 선생님은 1993년 ‘수학올림피아드’ 대비를 위한 교재를 발간해 널리 알려졌다. 1990년대 중반이후 발간된 국내 최대 출판사의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와 자습서 저자에는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이런 양 선생님이 수학에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교재를 펴낸다고 하니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어지고 수학 기초가 빈약한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
1990년대 후반 명지대 체육부장 시절 고교 축구 선수 박지성을 발굴해 명지대로 스카우트하는데 성공했다는 양 선생님은 “여기서도 ‘미래의 박지성’을 발굴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교수의 권위와 명예 그리고 억대의 연봉도 버리고, 수학 공부 환경이 열악한 중학교에서 자원하여 수학을 가르치려는 양 선생님의 새로운 도전이 알찬 결실을 거두어 ‘수학계의 박지성’이 끊임없이 배출되길 기대한다.
또 양 선생님 같은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중견 실력자들이 사회의 그늘진 곳곳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스스로 도전하는 각계의 ‘한국판 하방운동’으로 발전하여,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게 우리 사회의 수준이 한 단계 또는 그 이상 상승하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